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공습이 이어지는 유고 베오그라드 현지에서 취재중인 영국 BBC방송 존 심슨 기자가 28일 전한 내용이다. 그는 베오그라드에 남은 몇 안되는 외신기자 중 한 명.
그는 이라크와는 다른 점을 유고에서 발견했다. 세르비아인들은 정권측이 반(反)서방 적대감을 부추기지 않아도 될 만큼 강한 적대감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강대국과 맞서게 된 약소국의 정권담당자들은 적대감을 만들기 위해 선전활동을 펴게 마련이다. 하지만 유고의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심슨기자의 관측이다.
세르비아인들은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금세 학교 병원 공장 등을 뛰쳐 나와 서방세계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일 것만 같다.
또 알바니아계에 대한 적대감이 강해 코소보의 주도 프리슈티나의 경우 세르비아계 경찰과 군인이 나서지 않아도 세르비아계 민간인들이 알바니아인 학살을 자행하는 실정이라고 심슨은 전했다.
심슨은 또 “이라크는 외국 언론의 취재를 허용했지만 유고는 대부분의 외신기자를 쫓아냈다”며 “세르비아인들은 서방 언론이 자신들을 악당이나 되는 양 모함하고 중상했다고 여긴다”고 덧붙였다.
폭격에도 불구하고 그가 묵고 있는 베오그라드의 하야트 호텔에서는 언제든 BBC월드뉴스를 볼 수 있으며 음식주문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밖에 돌아다니지는 못하지만 전화를 이용해 취재를 할 수 있는 점은 바그다드 취재 때보다 여건이 좋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