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 奇현상]기업도산 주는데 실업은 증가

  • 입력 1999년 3월 31일 19시 16분


기업도산과 실업은 함수관계라는 것이 경제의 상식이다. 즉 문을 닫는 기업이 늘면 실업자가 많아지고 반대의 경우는 줄어야 한다.

요즘 일본에서는 이런 상식이 안 통한다.

2월에 도산한 일본기업은 작년 같은 달보다 39.7% 줄어든 9백55개사로 6년만에 처음으로 1천개사 이하로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달 실업률은 53년 실업통계를 만든 후 최악인 4.6%로 높아졌다. 실업자수도 3백13만명으로 처음으로 3백만명을 넘었다.

왜일까.

우선 살아남은 기업들이 경쟁력과 수익성 향상을 위해 대규모 직원감축과 자회사 매각, 공장폐쇄 등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은 숨통이 트였다. 이런 기업의 주가는 큰폭으로 올라 최근 증시 회복세를 주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회사를 쫓겨난 직원들의 고용불안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일본 고용체계의 특징으로 알려진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은 이미 옛말이다. 또 한가지 원인은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사회경제적 시대변화이다.

산업화시대에는 많은 노동력과 원료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식과 아이디어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정보화 시대로 바뀌었다. 과거의 거대 인력 구조는 ‘수술이 불가피한 군살’로 지탄받게 된 것이다. 상당수 일본 전문가들은 경기회복 여부와 관계없이 실업률 증가 추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직원을 죽이는 구조조정 방식은 결국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고 소비의 장기 침체를 가져와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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