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9돌]해외 정기독자들이 말하는 동아일보

  • 입력 1999년 3월 31일 19시 25분


《동아일보는 한국에만 있는 신문이 아니다. 해외에도 우편으로, 혹은 인터넷을 통해 매일 동아일보를 읽는 ‘동아일보 마니아’가 많다. 이들은 한결같이 동아일보를 통해 한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시각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독자들은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동아일보가 지향해야 할 목표에 대해서도 귀중한 조언을 해주었다.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 등의 독자들이 창간기념일을 맞아 보내온 동아일보에 대한 평가와 조언을 정리했다.》

▼사설-만평 이슈파악 도움…탐사보도 많이 해주길 ▼

동아일보 독자가 된 지 11년째다. 미국에서는 인터넷신문 마이다스 동아일보를 본다. 바빠서 한가지 신문 밖에 읽을 수 없을 때에는 당연히 동아일보다. 물론 한국에는 진보적 성향의 신문도, 매우 보수적인 성향의 신문도 있지만 하나를 고르라면 동아일보다. 가장 객관적이기 때문이다. 정말 시간이 없을 때도 최남진 화백의 시사만평과 사설 만은 챙겨 읽는다. 뭐가 이슈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 있다면 첫째, 인터넷 신문 마이다스 동아일보에 영문판을 올려 달라는 것이다. 둘째는 좋은 칼럼니스트들을 많이 키워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미국 최고 신문으로 뉴욕타임스를 꼽는 것은 타지를 압도하는 글의 품질 때문이다. 셋째는 탐사보도를 많이 해달라는 것이다. 동아일보만 보아도 세상을 속속들이 알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싶다.

피터 벡<미국 워싱턴 한국경제연구원 연구부장·33>

▼다양해진 1면 좋은 변화…표제에 외래어 자제를 ▼

72년부터 4년간 서울 풀브라이트 하우스에 머물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울 때 동아일보를 읽지 않고는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단지 한국소식뿐 아니라 한글을 배우는 길잡이였다. 그때 좋은 기사를 베껴놓은 노트는 지금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한국의 뉴욕타임스’라고 할 만큼 권위도 있고 한국신문 중 가장 좋은 신문이다. 가로쓰기로 바뀐 이후 훨씬 읽기 좋고 눈도 덜 피로하다. 1면 머리에 올라오는 기사도 과거처럼 정치 일변도가 아니라 좋다. 최근에는 미국신문처럼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담은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다. 무척 좋은 변화로 평가한다.

다만 동아일보의 표제어 중에서 ‘투데이’나 ‘이코노미’처럼 외래어가 많이 섞여있는 것은 신중하게 재고해주었으면 한다. 만약 사람들이 잘 모르는 단어라면 좀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새뮤럴 R 램지<미국 메릴랜드대 동아시아언어학과 교수·58>

▼시원해진 편집 보기 좋아…기사 문체 차별화를 ▼

재불한인회장인 남편 사무실에 배달되는 동아일보를 매일 본다. 직업상 문화면과 생활면에 먼저 눈이 간다. 신간서적 소개와 테마기획 기사를 제일 열심히 읽는다. 세태 변화가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교수들 논문은 딱딱하고 잡지기사는 양이 너무 많다. 가벼운 터치의 신문기사가 제일이다.

동아일보가 최근 보여준 가장 큰 변화는 가로쓰기다. 글씨도 사진도 커져 보기 좋다. 컬러 사진을 과감하게 싣는 것이나 다양한 편집은 프랑스보다 훨씬 앞서 가는 것 같다. 다만 광고가 너무 많은 것 같다. 프랑스의 정론지인 르 몽드 등은 광고량을 제한하고 있다.

내용에 변화가 있었으면 싶다. 정치 사회면은 기사작성 방식이 타지와 차이가 없다. 정보의 양과 질, 독특한 시각과 분석의 깊이를 보완해야 한다. 모든 신문이 정치에서 연예까지 백화점식으로 싣는 것은 반대한다.

마틴 프로스트<프랑스 파리7대학 한국학과 교수·48>

▼인터넷신문 「마이다스」학생지도 최적의 교재▼

인터넷 시대에도 동아일보가 최고다. 매일 들어가는 인터넷신문 마이다스 동아일보에는 신문 뿐만 아니라 신동아 과학동아 여성동아 등이 모두 연결돼 있어 좋다. 황장엽 망명사건때 신속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까닭에 1백20명 한국어 번역학과 학생들의 수업교재로 마이다스 동아일보를 채택, 과제를 내주고 있다. 작가 신경숙에 관한 기사를 찾아 읽고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식이다. 번역을 하려면 한 사회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시사적이면서도 종합적인 정보가 들어있는 신문이야말로 최상의 교재라고 생각한다.

마이다스동아일보의 기사검색 기능은 정말 뛰어나다. 다만 광고에 모델이 윙크를 한다든지 색깔이 바뀐다든지 동영상을 쓰는 경우가 많아 기사에 시선을 집중하기 어렵다.

알브레히트 후베<독일 본대학 한국어번역학과 교수·49>

▼권력에 대한 감시-비판정신 변치 말아야 ▼

한국에서 지낼 때 동아일보는 한국을 바라보는 창구였다. 민족지의 전통과 권력에 대한 비판정신, 야당정신에 특히 끌렸다. 한국어와 한국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항상 동아일보를 들고 다녔다. 사람을 기다릴 때나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도 지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최근 신문은 외형면에서 과거 한국에서 읽었던 신문과 전혀 다른 신문같은 느낌을 받는다.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바뀌었고 애독하던 횡설수설은 1면 아래쪽에서 오피니언면으로 옮겨지면서 필자 이름이 실린다.

스타일은 변해도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은 최대의 강점인 비판정신만은 변치 말아야 한다. 어떤 권력도 견제하지 않으면 오만해지고 타락한다. 동아일보는 앞으로도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의 눈을 번뜩이고, 필요할 때 주저없이 비판하는 신문으로 남을 것으로 확신한다.

고키타 기요히토<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담당기자·38>

▼지나친 연성화 반대…국제뉴스 중시 반가워 ▼

권력에 저항할 줄 아는 지조있는 언론이라는 점에 끌려 동아일보를 계속 구독하고 있다.

동아일보 역사는 한국언론 역사요, 한국언론 역사는 바로 한국 현대사인만큼 책임감과 사명감을 잊지 말아달라.

독자의 요구로 정치나 경제같은 ‘거대 담론(談論)’의 비중이 줄고 소프트하고 부담없는 기사가 많이 등장하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유수의 신문이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기준으로 독자에게 ‘세상 보는 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나친 연성화(軟性化)에는 반대한다. 대부분의 신문이 뉴스의 연성화에 매달릴수록 동아일보는 비판과 지조라는 언론의 본령(本領)을 추구해야 한다.

그동안 국제뉴스를 경시하는 것 같아 불만이었는데 최근 많이 달라져 반갑다. 확고한 시각을 갖고 보도해주길 바란다.

최종문<일본 ㈜파라다이스 도쿄사무소장·39>

▼건의와 비판 적절…정확한 보도에 신경써야 ▼

동아일보는 우리 연구소에서 가장 신뢰하는 연구자료다. 한국에 큰 신문이 여러개 있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이거나 너무 진보적인 신문은 연구자료로 활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동아일보는 한국을 이해하는데 가장 적합한 신문이다. 주위에서도 한국을 정확히 알려면 동아일보를 보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동아일보가 건의와 비판을 적절히 하고 있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마디로 제 목소리를 내는 신문이다. 중국문제에 대해서도 동아일보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반갑다.

부탁이라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라도 빨리만 보도하려는 한국언론의 타성에서 동아일보가 벗어나라는 것이다. 또 중국은 발전도상국이므로 중국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피상적 보도보다는 양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많이 실어 주었으면 한다.

리셴한<중국 베이징대 조선문화연구소장 교수·50>

▼외국인의 견해 이해하려는 노력 기울였으면 ▼

그동안 몇개의 한국신문을 구독하다가 최근엔 동아일보만 보고 있다. 이유는 한국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한국의 국내정치와 한반도 관련기사, 중국관련기사를 많이 본다. 동아일보는 정치면에 힘을 많이 쏟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국제정세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외국인의 견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좀더 기울여주었으면 좋겠다. 그 방법으로는 외국의 각계 전문가들에게 관심있는 분야의 기고를 받아 게재하면 동아일보의 지면도 더욱 빛날 것이다.

처음엔 어떤 신문인지도 모르고 보기 시작한 동아일보지만 지금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을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줘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서로를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면을 만들어주길 당부한다.

바이제 <중국 인민외교학회 한국담당·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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