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날 아침 부활절 미사 후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신도에게 예년과 같은 희망의 메시지 대신 격앙된 목소리로 “복수와 살육의 분쟁이 언제 끝날 것인가”라는 한탄의 메시지를 전했다.
초췌한 모습의 교황은 “사람들이 마침내 고향을 등져야 하고 정든 집이 초토화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평화를 말할 수 있겠는가”고 반문하면서 “인간의 잔인한 피흘림은 이미 충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 탄생 성지인 나사렛에서는 이슬람교 사원 옆에 순례자를 위한 광장을 세우려는 이스라엘의 계획을 둘러싸고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가 충돌했다. 건설 예정지에 천막을 치고 있던 이슬람교도들과 인근 교회에서 자정 미사를 마치고 나오던 기독교도들이 서로 상대방이 먼저 돌을 던졌다면서 충돌한 것. 양측이 서로 심한 욕설을 퍼붓고 차량의 창문을 부수기도 했다. 이스라엘 경찰이 진압했으나 7명이 부상했다.
○…독일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진행된 부활절 평화 행진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유고 공격 중지를 촉구하는 구호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폴란드 가톨릭을 대표하는 요제프 글렘프 추기경은 이날 메시지를 통해 “20세기는 집단수용소와 전쟁, 폭격으로 점철됐으며 그 전쟁의 포화 소리는 지금도 들리고 있다”고 개탄했다.〈바티칸시티·나사렛AP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