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테러범 인도 안팎]경제제재 7년만에「백기」

  • 입력 1999년 4월 6일 07시 40분


리비아가 5일 팬암기 테러사건 용의자를 유엔측에 인도함에 따라 7년 만에 제재의 멍에를 벗고 국제사회에 복귀하게 됐다.

미국과 영국은 88년 팬암기 폭발사건이 발생하자 리비아를 테러 배후국으로 지목하고 집요한 수사를 계속했다. 결국 양국은 91년 11월 당시 리비아 정보요원인 알 아민 칼리파 피마와 압델 바세트 알리 알 메그라히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리비아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리비아는 물론 인도를 거부했다. 외국에서는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표면적 이유였다.

이에 따라 92년4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외국 항공기의 리비아 운항 및 리비아 항공기의 외국 운항 금지 △리비아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등 리비아에 대한 제재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은 별도로 미국내 리비아 자산을 동결하고 리비아의 주요 무역상대국에 압력을 가해 리비아와의 거래를 중단하게 했다. 제재의 여파로 리비아 경제가 급속도로 붕괴되면서 많은 나라들이 리비아에 대한 수출을 중단했다.

리비아는 경제가 파탄상태에 이르자 98년 용의자를 인도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대신 미국과 영국이 아닌 제삼국에서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협상은 작년 8월 미국과 영국이 네덜란드에서 재판을 하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제안을 수락함으로써 급진전됐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주권국가가 자국민의 신병을 외국에 넘기는 것은 흔한 사례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과 리비아 사이에 ‘이면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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