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만나 설득 끝에 “네덜란드에서 용의자 2명을 재판 받도록 인도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카다피는 인도시기를 만델라에게 맡겼다. 만델라는 6일을 최종 시한으로 제시했고 카다피가 이를 지킨 것이다.
만델라는 용의자들이 유엔에 인도된 후 “카다피가 약속을 지킬 것을 믿었다”며 “카다피는 어려운 결정을 잘 내려 주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92년 유엔이 경제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킨 후 7년동안 극심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버티던 카다피가 마음을 바꾼 것은 만델라와의 오랜 우정과 믿음 때문.
카다피는 악명높은 ‘아파르트헤이트’(흑백차별정책)하에서 고난을 겪던 만델라에게 변함없는 지지와 지원을 했고 만델라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대통령에 취임하자 97년 10월 미국의 ‘적대국’인 리비아를 두차례나 방문,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만델라는 지난해 12월 본격적인 중재에 나서 △영국이나 미국이 아닌 제삼국에서의 재판 △경제제재조치 해제 등 리비아측 견해를 수용한 중재안을 제시하며 해결의 물꼬를 텄다. 이런 점 때문에 로빈 쿡 영국 외무장관은 5일 용의자 2명이 네덜란드에 도착하자 흥분된 목소리로 “만델라대통령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는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로자는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 취임 후부터 적극적으로 이 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여 온 아난 총장은 지난해 12월 카다피와 만난 뒤 용의자 인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카다피와 사이가 좋은 편인 남아공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중재를 부탁했다. 이라크사태 해결과정에서 협상력을 보여준 아난총장은 이번에 다시 협상솜씨를 보여준 셈.
유엔 법률담당 사무차장인 한스 코렐(59)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스웨덴출신의 그는 리비아법률팀과 함께 용의자 신병 인도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관련국가의 불만이 없도록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