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6·25전쟁 이후 주한미군의 존재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격화시키는 요인으로 규정하고 철수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북한이 이같은 공식 입장을 얼마나 바꿨는지 정확히 가리기 어렵다.
이에 관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김대통령의 전언(傳言)과 지난해 4자회담 2차본회담에서 북한이 주한미군의 지위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는 외교통상부의 설명이 유일하나 김대통령도 “더 자세한 내용은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어떤 경로로든 주한미군의 지위변경을 통한 계속 주둔에 대해 언급했다면 그 배경은 몇가지로 분석해볼 수 있다.
우선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가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는 대신 주한미군의 존재가 북한의 생존이나 대남전략에 장애가 안되는 쪽으로 성격을 바꾸고자 할 개연성이 크다.
즉 주한미군이 유사시 한국의 동맹군으로서 북한과 자동적으로 교전하게 돼 있는 상황을 피하려 한다는 얘기다.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수정이나 폐기를 의도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또 유엔사령부의 일원으로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으로부터 ‘유엔’이라는 모자를 벗겨 미군의 주둔 명분을 약화시키려 할 수도 있다. 북한의 의도나 본심 또는 주장의 일관성 여부와는 별개로 주한미군과 관련한 북한의 입장변화는 협상카드로서의 성격이 짙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