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리는 자신의 시장개방약속을 미국에 대한 선물이라고 표현한 홍콩 언론보도를 예로 들며 “선물이라고 쓰면 또 다른 형태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클린턴대통령이 손해를 보게 된다”면서 그렇게 보도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중국 군정보기관이 30만달러의 불법 선거자금을 클린턴대통령에게 기부했다는 의혹에 대한 미국의 조사를 겨냥한 말이다. 그는 아예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1천4백60억달러나 되는데 1백억달러를 내놓지 고작 30만달러냐”며 “바보같은 얘기”라고 비웃었다.
그는 또 중국이 미국에서 핵기술을 훔쳐갔다는 혐의를 전면부인하면서 “앞으로 미사일 양 옆에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가 아니라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써놓아야겠다”고 말했다.
그의 답변이 끝날 때마다 기자회견장 왼쪽의 중국기자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오른쪽 미국기자석은 싸늘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9일 “미국 땅에서 이처럼 직설적이고 열정적으로 중국비판론자들을 공격한 중국 지도자는 없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퉁명스러운 어법’(Blunting―talking)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때로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된 95분간의 기자회견’이라고 거북한 심기를 드러냈다.
주총리는 “미국에 가는 길에 미국내 인권문제도 지적해달라는 주문도 많이 받았지만 미국이 잘할 것으로 믿기 때문에 이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고 말해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에 클린턴 대통령은 “우리도 때로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조크로 매끈하게 응수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