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투자유망지역을 순회하며 열리는 펜션2000 연례총회는 개최국의 경제환경을 직접 살펴보고 투자전략을 수립한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특히 최근 국내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기금 총회가 열리게 돼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투자 확대는 물론 외자유치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미국내 3천6백여 연기금이 굴리는 자산규모는 97년말 현재 8조달러, 지금은 줄잡아 10조달러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은행권 총자산이 약 4조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어마어마한 규모.
서울총회에는 운용자산규모가 1조달러(약 1천2백30조원)에 육박하는 40개 연기금의 의사결정권자들과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참가기관중 캘리포니아교원기금(CalSTRS)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기금(CalPERS) 뉴욕주연기금 뉴욕시연기금 등은 투자자산 운용규모에서 미국 상위 5위권에 랭크돼 있다.
이들 ‘빅4’의 자산운용 규모만 해도 4천억달러를 넘어서고 있어 1%만 한국에 투자해도 40억달러(약 4조9천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한국증시로 들어올 수 있는 셈. 지난 한해동안 외국인들이 한국증시에 투자한 5조7천억원과 맞먹는 액수다.
○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행사가 국내 주식 채권 및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확대와 외자유치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전망.
행사를 공동주최한 중앙종금 김석기(金石基)상임고문은 “전체 운용자산의 5%에 불과했던 연기금 해외투자 비중이 92년 첫 해외총회가 열린 뒤 급속히 늘어나 97년말에는 15%까지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기금 펀드들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데 관심이 있다”며 “만약 한국투자가 성사된다면 우리로서는 안정적인 해외자본 유치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지점장은 “한국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으로 향상된 후 한국의 상황을 대형 투자가들에 알리는 좋은 기회”라며 연기금의 국내투자 확대를 기대했다.
○ …이러한 ‘VIP급’ 손님들을 맞는 역대 개최국의 준비도 융숭했다.
역대 해외총회에서는 클린턴 미국대통령, 콜 전 독일총리, 장쩌민(江澤民)중국주석, 만델라 남아공대통령, 바웬사 전 폴란드대통령이 참석해 자국에 대한 투자를 정중히 요청했다고.
이번 서울총회에서도 김대중대통령을 비롯해 정 관 재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한국경제의 설명에 열을 올린 것도 같은 맥락.
‘수강생’들의 자세도 진지했다. 연기금 투자가들은 쉴 새 없는 강의에도 전혀 지루한 기색없이 메모를 해가며 짧은 시간내에 한국의 경제상황을 이해하려 애쓰는 모습.
이들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에서 한국처럼 빨리 경제회복을 이뤄낸 나라는 일찍이 없었다”며 “한국은 곧 아시아의 핵심 경제국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투자가는 “아직 한국은 경영 및 회계의 투명성이 부족하고 금융시장의 자유화가 미흡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같은 여건이 개선되면 적극적으로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