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사태]나토-유고 「러시아 쟁탈전」

  • 입력 1999년 4월 13일 07시 47분


발칸반도 사태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12일 유고 연방의회는 러시아―벨로루시―유고의 국가연합 결성안을 가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유고공습을 계속하기로 결정하고 유고 코소보를 보호령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유고공습 개시이래 가장 강력히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13일 러시아와 외무장관회담을 연다. 발칸사태의 두 당사국인 미국과 유고가 ‘러시아 쟁탈전’에 나선 형국이다.유고미르코 마르자노비치 세르비아공화국 총리는 12일 “러시아와의 국가연합 추진은 군사적 지원을 받고 NATO의 공격에 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유고사태와 관련해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어 유고가 러시아의 군사적 지원을 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유고가 ‘주권포기’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 국가연합까지 들고 나온 것은 NATO의 공습을 무한정 받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와 유고는 국경도 맞대지 않고있어국가연합이성취되기에는장벽이많을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유고로서는 이번 국가연합 제의를 통해 러시아가 보다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달라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노력 여부에 따라서는 유고가 다시 협상장으로 나올지도 모른다.NATONATO는 12일 외무장관회담에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이 굴복할 때까지 공습을 계속하기로 다짐했다.

NATO가 외무장관회담을 연 것은 20일간 계속된 유고 공습이 군사적으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음을 시사한다. 현재 유고의 전쟁수행능력은 거의 와해된 상태라는 것이 NATO의 판단이다. 얼마간의 명분만 주어진다면 양보할 수도 있을 만큼 밀로셰비치는 궁지에 몰렸다고 NATO는 보는 듯하다.

이같은 자신감을 배경으로 NATO외무장관들은 코소보에 ‘국제사회의 보호령’을 선포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NATO는 특히 러시아를 발칸 전쟁 중재에 적극 활용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외무장관 회담에 이어 13일 미―러 외무장관 회담을 계획한 것도 미국이 NATO의 단호한 입장을 토대로 러시아측을 설득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하비에르 솔라나 NATO사무총장은 12일 “(인정할만한) 상황이 생기면 코소보에 지상군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솔라나총장은 “NATO군의 공습은 충분히 효과를 발휘했으며 밀로셰비치는 자신이 패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코소보에서의 알바니아계 주민 억압이 중단될 때까지 밀로셰비치를 몰아붙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NATO군은 11,12일 전폭기와 크루즈 미사일로 유고 제2 도시인 노비사드와 공업도시 판체보 등의 정유소를 비롯한 산업시설을 집중 폭격했다. 유고측은 12일 NATO군이 철교를 폭격하는 바람에 여객열차도 파손돼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밝혔다.러시아유고의 국가연합 제의에 대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2일 “일단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시기적으로 적합치 않고 국가연합이 된다해도 즉각적으로 군사적 지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지금이 러시아―벨로루시―유고 연합의 적기(適期)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으며 러시아 관리들은 유고 통합이 추진되더라도 군사지원이 ‘자동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겐나디 셀레즈뇨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전날 러시아와 벨로루시가 내년에 통합의회와 행정부, 단일 예산을 가진 주권국가 연합을 결성할 것을 제의했으며 이 제의는 올 가을 양국 국민투표로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셀레즈뇨프 의장은 이러한 국가연합 결성으로 세르비아 공화국에 대한 러시아의 병력 배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발칸의 장래와 관련해 러시아의 영향력이 크게 주목받게 됐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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