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시대부터 기독교는 50년마다 한 번씩 희년을 선포, 노예를 해방하고 빚진 자들에게 빚을 탕감해주는 전통을 갖고 있다.
“오십 년이 되는 이 해를 너희는 거룩한 해로 정하고 너희 땅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해방을 선포하라. 이 해는 너희가 희년으로 지킬 해이다. 저마다 제 소유지를 찾아 자기 지파에게로 돌아가야 한다.”(레위기 25장 10절)
성경의 희년정신을 되새겨 전세계 약 2조1천억 달러(약 2천5백조원)에 이르는 제3세계의 외채를 탕감해 주자는 운동이 기독교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94년 ‘제3천년기’라는 교서에서 “국제적인 갈등과 사회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외채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국가들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부채를 완전히 탕감해 주든가, 크게 감면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민간운동단체 ‘외채 탕감 서명 운동본부(쥬빌리 2000)’는 전세계 2천2백만명의 서명을 받아 6월 독일에서 열리는 선진8개국 회의에 제출할 예정.
여기에는 가톨릭교회와 성공회 뿐 아니라 개신교의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 등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는 12일 전국 주교회의에서 각 본당, 수도회, 가톨릭 교육기관에 공문을 보내 5월20일까지 외채 탕감 서명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또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연세대 상남경영관에서 열리는 ‘세계성공회 정의평화 네트워크’회의에는 28개국 33명의 대표가 참석해 제3세계 외채 탕감운동에 대한 실천 방안을 토의한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경북대 김영호교수는 5월26, 27일 대구광역시에서 세계적인 경제학자와 금융관계자들이 참가해 세계 외채 탕감을 논의하는 ‘대구(大邱)라운드’를 추진 중이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