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機 난민행렬 폭격 80명 참사…NATO측 공격시인

  • 입력 1999년 4월 16일 07시 49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유고 코소보에서 이동하던 알바니아계 난민을 오폭해 수십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져 NATO군의 민간인 및 민간시설 공습에 대한 유고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제이미 셰어 NATO 대변인은 15일 기자회견에서 “NATO군의 공습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오폭사실을 시인하면서 “NATO는 민간인의 사망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유고측은 14일 “NATO 공군기들이 코소보 남서부의 자코비차 근처, 자코비차와 프리즈렌을 잇는 도로 등 2곳에서 난민행렬에 폭탄을 투하해 수십명이 사망했다”고 비난했다. NATO측은 사망자가 64∼85명이라고 밝혔다.

유고측은 당시 난민들이 세르비아 경찰의 호위 아래 트랙터 트레일러 자동차 등을 타거나 걸어서 국경지대로 이동중이었다고 주장했다.

유고측은 “NATO측이 난민대열을 4차례나 폭격했다”며 “이번 전쟁에서 NATO가 저지른 최악의 범죄”라고 비난했다. 유고측은 시체들이 보이는 참혹한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NATO측을 몰아세웠다.

그러나 NATO측은 항공기 조종사는 폭격 순간까지 목표물이 유고군 차량임을 믿고 있었다며 폭격은 난민과 뒤섞인 유고군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였다고 강변했다. NATO측은 2곳의 난민행렬을 향해 여러 발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시인했다.

이번 사건은 NATO군의 공습 이후 발생한 최대의 민간인 피해. 유고의 국제여객열차가 NATO군의 미사일에 맞아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 이틀만에 참극이 빚어졌다.

셰어대변인은 “이번의 비극적인 사건이 (알바니아 난민의) 생명을 구하려는 NATO의 전략을 바꾸거나 의지를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오폭사건은 향후 NATO군의 행동반경을 상당히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 또는 민간시설 피해 가능성이 있는 공습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 유고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간방패’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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