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칭호는 시성식을 거친 성인 중에서도 그의 글이 기독교 교리를 밝히는데 지침이 된 이에게 주어진다.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같은 대(大)신학자들이 그 예.
그러나 소화 데레사는 자서전과 많지 않은 시를 남겼을 뿐이다. 그래서 소화 데레사가 박사로 명해진 후 프랑스에서는 데레사의 생애와 영성(靈性)에 대한 연구서와 수필 출간이 잇달았다.
그 중 새롭게 화제가 되는 책은 이달 초 발간된 원로 종교철학자 모리스 벨레의 ‘데레사 그리고 환상’. 저자는 이렇다할 신학교육도 받지 않은 평범한 수녀 데레사의 생각이 ‘새롭고도 전복적인’ 사상으로 전환되는 힘을 그의 ‘환상’에서 찾는다.
데레사는 15세에 가르멜 수도원에 들어가 결핵으로 24세에 요절할 때까지 세상과 절연한 채 살았다. 그러나 그의 기도는 늘 수도원 담 밖의 고단한 삶을 위무하는 것이었다.
데레사의 삶의 태도는 사랑에서 비롯된 환상 때문이라고 저자는 풀이한다. 네다섯 살 때부터 ‘하느님은 나의 남편’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던 데레사는 이 사랑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믿음 속에서 자신을 낮추는 길을 택했다. 그의 삶이 기독교인을 초월해 모든 이에게 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혜영 <프랑스 국립종교 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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