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베오그라드 마라톤대회, 反戰시위장으로 변해

  • 입력 1999년 4월 18일 20시 48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유고연방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는 17일 폭우 속에 제12회 베오그라드마라톤대회가 개최됐다.

42.195㎞의 풀코스를 완주한 마라토너 45명이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먼저 도착한 선수들이 뒤따라오는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출발 후 3시간15분이 지날 무렵 함께 결승점을 밟은 것이다. 군중은 ‘우리 모두가 승자’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흔들며 환호했다.

이날 대회는 우승자나 랩타임은 관심밖이었다. NATO군의 공습으로 대회 개최가 어렵게 되자 대회준비측이 공습에 항의하는 ‘마라톤 반전(反戰)시위’로 바꾸었기 때문.

참가 주민 수천명과 마라톤 선수들은 모두 ‘전쟁을 중단하라’는 글이 새겨진 흰색 티셔츠를 입고 빗속을 달렸다. 56년 멜버른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유고의 전설적 체육인인 프란조 미할리치도 “NATO군의 폭격이 베오그라드 마라톤대회의 전통을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말과 함께 선두에 섰다. 유고 주민 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러시아 그리스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루마니아 등에서도 일부 마라토너들이 참가했다.

대회를 며칠 앞두고 베오그라드에 도착한 미국의 마라토너 제인 브랜슨(41)은 “나는 정치인이 아니며 정치에 관여하고 싶지도 않다”면서 “그러나 인류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대회 참가 이유를 밝혔다.〈베오그라드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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