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캘리포니아大 글레논교수, 「新개입주의」논문발표

  • 입력 1999년 4월 20일 20시 00분


코소보사태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사개입은 1945년에 제정된 유엔헌장을 위반한 것이다. 유엔헌장은 국경을 넘어선 군사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경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량 학살과 조직적 강간을 손놓고 바라보고만 있다면 어떻게 정의를 세울 수 있는가. 코소보사태가 국제사회에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 가운데 하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의 마이클 글레논 법학교수는 곧 발매될 포린어페어스 5,6월호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신개입주의(New Interventionism)’라는 개념으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모색했다. 이 논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유엔헌장은 1939년 독일의 나치정권이 폴란드를 병탄하면서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의 교훈을 바탕으로 제정됐다. 다른 주권국가에 대한 침략을 방지하면 국제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냉전이후 국가간의 전쟁은 국제안보에 대한 위협이 더 이상 아니다. 인종과 종교, 문화적 차이를 이유로 발생하는 국가내 폭력이 더 심각한 위협이다.

이에 대해 유엔헌장은 무력하다. 아이티와 르완다 사태 등이 그랬다. 사실 유엔헌장은 주권국가에 대한 침략에도 무력했다. 헝가리 체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소련의 침략에도, 그레나다 파나마 니카라과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에도, 인도네시아의 동 티모르 탄압과 중국의 티베트 탄압에도 어떤 제재도 가하지 못했다.

자국민이라는 이유로 국제사회의 간섭을 거부하며 무자비한 탄압을 자행하는 것을 목도하면서 유엔헌장에 묶여 개입하지 않는 것을 국제적 정의라고 할 수는 없다. ‘신개입주의’가 불가피하다.

신개입주의는 개입하지 않았을 때 치러야할 인류의 희생보다 개입의 이익이 클 경우에는 개입을 주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미국과 NATO의 유고공습은 유엔헌장에 대한 도전이며 이같은 개입주의에 관한 논의의 시작이다.

물론 자의적인 군사개입은 강자의 권력남용이라는 또 다른 재앙을 초래한다. 이데올로기의 차이 때문에, 또는 자국의 국가적 이익을 노리고 군사개입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반드시 국제적 협정이 뒷받침돼야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협정이 도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코소보사태에서 미국과 NATO는 손놓고 기다리는 것보다는 적극적 개입을 선택했다. 종종 정의를 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힘이 사용되고 새로운 법이 그 뒤를 따라오기 마련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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