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교 총기난사]범인들 종말론 신봉 충격

  • 입력 1999년 4월 21일 19시 24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 교외 컬럼바인 고교에서 20일 일어난 미 역사상 최악의 교내총기난사 사건으로 미국이 충격에 빠졌다. 이날 사건은 지난해 3월24일 아칸소주 존즈버러의 한 고교에서 11세, 13세 두 소년이 권총을 난사해 5명을 살해한 이후 벌써 다섯번째다.

더구나 이날 사건에는 2000년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믿는 밀교(密敎)와 극단적인 백인우월주의까지 얽혀 있어 훨씬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범인 3명은 모두 이 학교에서 쫓겨난 중퇴자들로 평소에 교실 안에서까지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어 ‘트렌치 코트 마피아’라는 별명으로 불린 그룹의 멤버들. 이들은 지구 멸망과 백인우월주의, 그리고 독일의 나치를 숭배하는 집단적 사교(邪敎)의식에 물들어 있었다. 이들이 범행을 일으킨 20일은 히틀러 출생 1백10주년이었다. 이들이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웹사이트에는 ‘트렌치코트의 문학’이라는 시를 통해 나치와 살인을 찬미하는 글들이 적혀 있었다.

이 학교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학생들 가운데 유색인종과 평소 자신들을 놀렸던 운동선수들을 지목해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범행에 사용한 승용차에 폭탄 기폭장치를 가설해 놓아 이미 범행계획단계부터 자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국민은 이날 TV로 7시간 동안 생중계된 참극을 보고 할말을 잃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두차례나 메시지를 발표하고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 징후들을 미리 포착하는데 전국민이 함께 노력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시된 금속탐지기 및 교내 폭력 핫라인 설치와 같은 대책으로는 미국 청소년 사회에 만연한 폭력적 경향과 비뚤어진 사회의식을 바로잡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