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석유업체 이데마쓰 『고용안정이 저력』 이색 경영

  • 입력 1999년 4월 22일 19시 39분


일본의 대형 석유업체 이데미쓰(出光)흥산의 이색경영이 일본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장기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과 반대로 ‘고용’을 최우선시하는 창업이념을 지키고 있기 때문.

이 회사는 해고와 정년, 출근부가 없는 ‘3무(無)주의’로 잘 알려져 있다.

이데미쓰 경영이념의 핵심은 4천9백명의 사원을 모두 가족으로 간주하는 ‘대가족주의’. 직원의 의사에 반하는 해고는 없으며 본인이 원하면 언제까지 일할 수 있다. 이데미쓰 아키(出光昭)사장은 “정년에는 개인차가 있어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정년은 없지만 대부분의 직원은 60세 전후에 퇴직한다. 최근에는 노후를 편하게 보내기 위해 조기퇴직을 희망하는 사원도 늘었다. 이 회사는 최근 9백명의 인원감축 방침을 발표했지만 퇴직자 및 신규채용 억제에 따른 자연감소분으로 달성할 계획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라”며 직원들의 출근부를 만들지 않았다. 노동조합이 없고 노사대립도 없다. 병에 걸리면 휴직기간의 제한도 없다.

그렇다고 회사생활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기업보다도 철저한 능력주의를 오래전부터 실시해 왔다. 30대 후반에 과장이 된 직원이 있는 반면 50대 후반에야 과장으로 승진한 사람도 있다. 입사선배가 후배보다 직급이 낮거나 급여가 적은 경우는 흔하다.

보직도 적다. 임원 외에는 부장 차장 과장의 세가지 뿐이다. 부사장이 인사부장을 맡거나 상무가 총무부장을 맡는 일도 있다.

경쟁사들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온정주의적 경영으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고용안정을 통해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외부여건에 신경쓰지 않고 ‘나의 길’을 가는 이데미쓰흥산의 독특한 경영방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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