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덴버사건과 美교육

  • 입력 1999년 4월 23일 19시 38분


우리 교육방식은 부쩍 미국을 닮아가고 있다. 올해 고등학교에 도입된 수행평가도 시험성적보다 학습 과정을 중시하는 미국식 ‘열린 교육’에서 따온 것이다. 주입식 교육 비판, 객관식시험 폐지 등이 모두 미국 교육이 채택해온 원칙이다. 교육현장에 급속히 미국 물결이 밀려드는 것은 교육부 관료들이 교육개혁 추진 과정에서 미국을 모델로 삼고 있는 탓이 크다.

▽미국 덴버의 한 고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이 충격을 던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건이 미국에서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는 데 있다. 미국 학생범죄는 총기사건뿐만 아니라 마약 폭력 강간 등으로 날로 흉포화하면서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원인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총기허용의 문제와 사회 책임, 가정교육 부재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한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미국 교육에 문제는 없는가 하는 물음이다. 미국 교육은 1920년대 존 듀이가 내세운 진보주의 교육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이론에 대해 미국 내에도 찬반양론이 엇갈려 왔으나 아직 대부분의 학교에서 진보주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요즘 미국에는 학교교육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드높다. 미국 청소년들이 국제학력 비교평가에서 계속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올 연두교서를 통해 교육성과가 나쁜 학교를 폐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우리정부의 교육정책이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에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전문가나 교원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고 있다. 미국에 유학하고 돌아온 일부 교육학자나 교육부 관료들이 미국의 교육이론을 최선책인양 국내에 그대로 접목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덴버 사건은 우리가 미국식 교육을 지금처럼 여과없이 받아들여도 좋은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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