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에릭 해리스(18)는 유서에서 자기를 모욕한 급우들을 죽이겠다며 “26일에는 더 많은 죽음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24일 보도했다.
유서에는 미국의 학교현실과 교육제도에 대한 나름의 비판적 시각과 사회적 일탈자를 용납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좌절과 분노가 짙게 배어있다.
현지 경찰이 ‘범인중 1명의 것’이라고 밝힌 일기에는 1년전부터 범행직전까지의 행동들이 분(分)단위까지 기록돼 이들이 1년전부터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음을 보여주었다.
경찰은 24일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트렌치 코트 마피아’와의 연대를 선언한 12명의 고교생을 검거해 조사중이다. 이날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총기소지 단속법을 강화하라고 의회에 요구했다.
해리스가 범행 전날인 19일 작성해 E메일로 경찰에 보낸 유서 전문(全文)은 다음과 같다.
지금쯤은 모든 것이 끝났을 것이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을 즈음에는 내 임무가 완료됐을 것이다. 나는 마음 속의 두려움을 변혁하는 일을 끝냈다.
나를 모욕하고, 나를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깝다는 식으로 나를 대한 당신들의 아이들은 죽게 될 것이다. 그들은 죽는다.
당신들은 내가 입는 옷과 내가 즐겨 듣는 음악과 내가 행동하는 방식의 탓으로 돌릴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뒤로 숨지 말라. 이것은 당신들의 선택에 따른 결과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당신들 교사와 학부모들 때문이다. 당신들이 이 아이들에게 앞선 사람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들과 다른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가르쳤다. 당신들은 틀렸다.
나는 그들의 목숨과 내 목숨을 모두 앗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들이 벌인 일이다. 당신들이 죽는 날까지 이 학살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고 살게 되리라.
내가 미쳤느냐고? 그럴지도 모르지. 이게 내 잘못이냐고? 아니다. 이 삶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가 이 삶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총알이 내 머리를 관통하는 순간 이 모든 공포가 끝나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운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들이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죽음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가 남겨줄 수 있는 것은 ‘12Skizto’라는 말 뿐이다. 4월26일까지 해독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있다. 안녕. 에릭 해리스, 4월19일.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