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은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일본 한국 러시아 브라질 등의 값싼 철강제품이 미국 시장에 쏟아져 들어와 미 철강산업이 도산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지난달 철강수입을 규제하는 수입할당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하는 미국의 게이토연구소가 26일 미 철강산업의 현황을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주장은 엄살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거짓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보고서 요약.
철강업계에서 위기의 절정이라고 했던 지난 한해 동안 미국내 철강판매량은 1억2백만t. 근래 20년 동안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미국 철강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점유하는 비율도 97년 12.3%에서 12.6%로 높아졌다.
미 굴지의 철강회사 13개중 11개 회사가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2월에 들어와서는 철강수입량도 2백20만t으로 줄었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전인 97년 2·4분기 월평균 2백70만t보다 적은 수치다.
값싼 외국산 철강제품때문에 철강 근로자 1만명이 일자리를 떠나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생산성이 증가한 데 따른 자연 감소일 뿐이다. 철강산업의 일자리는 생산성의 증가로 80년이후 60%이상 꾸준히 줄어왔다. 이중 84년부터 92년까지 철강수입 할당제가 실시된 기간에도 7만8천3백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보호무역주의로 일자리를 지킬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다른 산업분야에서 2백5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 철강산업에서 일자리 한개가 없어질 때마다 다른 분야에서 2백50개의 자리가 생기고 있는 셈이다.
사실이 이런데 철강산업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가.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