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新군사질서上]「강한 일본」 급부상

  • 입력 1999년 4월 27일 19시 44분


일본 가이드라인 관련 법안의 핵심인 주변사태법안은 한반도와도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일본정부는 주변국가의 경계심을 의식해 “주변은 반드시 지리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일본방위에서 가장 중요한 ‘주변’은 바로 한반도다.

법안은 한반도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하고 이에 미군이 개입하면 일본도 자동적으로 발을 들여놓도록 했다. 직접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지역과 어느 정도 떨어진 후방에서 미군을 돕는다는 것이지만 현대전에는 전후방이 따로 없다.

일본정부는 주변사태의 구체적인 예로서 여섯 가지를 들고 있다. 일본의 주변지역에서 △무력분쟁이 임박한 경우 △무력분쟁이 발생한 경우 △무력분쟁은 중지됐으나 질서회복이나 유지가 안된 경우 △주변국에서 내란이나 내전이 발생해 국제적으로 확대되는 경우 △정치체제의 혼란으로 난민이 일본으로 대량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주변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로 경제제재의 대상이 되는 경우다.

해석에 따라서는 일본 자위대는 미군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도록 ‘주변’을 넓혀 놓은 셈이다. 그래서 가이드라인 법안을 기화로 자위대가 활동영역을 넓히려 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이드라인 법안이 갖는 의미는 자위대가 △자국문제가 아닌 ‘주변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됐고 △활동지역이 일본 영내(領內)를 벗어날 수도 있게 됐으며 △그 과정에서 자치단체나 개인재산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때문에 일본헌법(9조)은 군대와 교전권을 부인하지만 자위대법은 자구행위를 인정하며 가이드라인법안은 타국을 위해서도 병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순된 구조를 갖게 됐다.

주오(中央)대 이토 나루히코(伊藤成彦)교수 등은 가이드라인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의 전쟁에 일본이 자동적으로 말려들 가능성이 있고 △헌법9조의 평화이념에 위배되며 △해외에서의 자위대 활동을 내각의 결정에만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며 반대서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 법안 통과를 계기로 △경찰 대신 자위대에 일부지역의 경비를 맡기자는 영역경비론 △일본이 외국으로부터 무력공격이나 침입을 받을 경우에 대비한 유사법제론 △교전권을 포기하고 있는 헌법9조의 타당성을 논의해보자는 헌법개정론 등 ‘강한 일본론’이 다시 고개를 들 공산도 크다.

54년 발족 이후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 중의 하나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오로지 자위에만 병력을 사용한다는 전수방위(專守防衛)개념은 퇴색돼왔다. 90년대 들어 자위대는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제한된 해외활동에 이미 나서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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