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화의 대가인 히라야마 친선대사는 97년 10월에 이어 두번째 북한을 방문했다. 첫번째 방북에서는 고구려 고분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라고 권했다. 그에 따라 북한은 작년 7월 세계문화유산조약에 가입했다.
이번 두번째 방문에서 그는 고분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24시간 모니터하는 기자재를 3개소에 기증했다. 그와 함께 간 기술자들은 모니터 사용 방법을 북한측에 가르쳐 주었다. 일본돈으로 1천5백만엔(약 1억5천만원)이 들었지만 그 자신과 유네스코 관계자들이 낸 돈으로 충당했다.
이번에 북한측은 문화유산 등록에 더욱 열의를 보였다. 북한 문화성 고위관리는 “세계문화유산 등록은 민족의 자랑”이라며 평양시 개성시와 보현사를 문화유산으로, 금강산과 묘향산을 자연유산으로 등록하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이들 5개소 가운데 1,2개소는 내년 7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 신청돼 빠르면 2001년 12월에 등록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특히 북한측은 문화유산 등록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도 성의를 보였다고 그는 전했다. 예컨대 고분 주변이 비무장이어야 하는데 북한측은 원래 군사지역이었던 곳에서도 군인들을 철수시켰다는 것이다.
북한측은 문화유산 등록을 위해 1천2백만달러(약 1백45억원)가 필요하다며 유네스코의 도움을 요청했다. 보존과 등록신청에 필요한 카메라 비디오 컴퓨터, 그리고 평양 40㎞ 주변에 흩어져 있는 고분 등을 돌아보는데 필요한 중소형 차량을 구입하려면 그만한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 북한측은 이 돈을 한국이나 일본 정부가 아니라 유네스코를 통해 지원받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그는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27일 저녁 김종필(金鍾泌) 국무총리와 신낙균(申樂均) 문화관광부장관 등을, 28일 오전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만나 북한에 다녀온 얘기를 전하며 1천2백만달러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김대통령 김총리 신장관 등은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북한에서는 약 80개소의 고구려고분이 확인됐다. 그 중에서도 덕흥리 고분, 안악3호 고분, 강서대묘는 걸작으로 꼽힌다. 6세기 초반까지는 고분 벽화로 인물풍속화가 많았으나 6세기 중기이후의 고분에서는 청룡 백호 현무 주작의 4신도(四神圖) 같은 빼어난 벽화가 발견돼 왔다.
그는 29일 귀국한다.
〈이낙연기자〉naky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