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구름 속에서 태양이 하나둘씩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하강경향에서 플러스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도 비슷하다. 폭락했던 두 나라 주가는 올들어 큰폭으로 상승했다. 미국과 유럽 투자가들은 아시아 주식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도쿄(東京)증시에는 해외로부터의 투자가 늘고 있다. 자금을 외국에 보내던 아시아 투자가들도 곧 해외투자의 일부를 본국으로 환류시킬 것이다.
그러나 새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은 아니다. 두 마리로도 부족하다. 최근의 시장회복은 일시적인 외관상의 주가상승일지도 모른다. 최종 결과는 일본정부가 채무불이행 은행을 퇴출시킨다는 약속을 지키고 불안에 빠진 소비자와 기업경영자를 자극해 거시경제적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아직 한국의 장기개혁은 갈길이 멀다. 태국은행도 여전히 수면하에 있다.
하지만 미래의 경제사가들은 99년 봄을 아시아가 90년대의 기나긴 침체를 벗어난 분수령으로 볼 것이다. 한국과 태국 등 아시아 전체가 드디어 회복으로 향하기 시작했다는 기대감을 낙관주의자는 갖고 있다.
그 조짐의 하나는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 등 아시아통화가치의 강세다. 물론 미국 달러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면 아시아의 수출에는 차질이 온다. 그러나 외국에서 돌아오는 새로운 투자효과의 하나로 아시아 통화 가치가 강해지는 것은 아닐까.
한국과 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압력으로 과거 독자적으로 어려웠던 경제개혁을 시작해 성과를 거두었다. 멕시코 태국 한국의 경제회복 성공이 보여주듯 단기적 고통은 장기적 이익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다. 한국과 태국 국민은 희생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자본규제에 호소함으로써 여전히 변화에 저항하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는 당장은 상처가 덜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고통이 길어지고 악화된다.
나쁜 규제를 없애고 바람직하고 필요한 규제를 동반하는 시장경쟁으로 바꿔야 한다. 동아시아 금융붕괴는 이런 교훈을 남겼다.〈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