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초등교 수업불능 상태…교사에 툭하면 반항

  • 입력 1999년 5월 3일 19시 49분


일본 교육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학급붕괴’다. 초등학교에서 빚어지는 수업불능의 상태를 말한다.

고학년(4∼6학년)에서는 학생이교사에게반항하고 교과서나노트를펴지 않은 채 잡담을하거나이유없이 걸어다닌다. 나눠준유인물을 찢거나 게임기를 갖고 논다. 만화를 보기도 한다.

저학년(1∼3학년)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괴성을 지르거나 교사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아무데서나 잔다. 까닭없이 친구를 때리거나 물건을 집어 던진다.

초등학교에서 흔한 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이 동시에,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니 심각하다. 이렇게 되면 수업을 계속할 수가 없다. 교사의 권위도 무너진다. 무너진 권위는 시간이 흘러도 회복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점점 더 교사의 말을 안 듣는다. 몇달 계속되면 학급붕괴로 이어진다.

지난해 일본 NHK방송은 학교의 협조를 얻어 학생들 모르게 카메라를 설치하고 몇달 동안 학급붕괴 과정을 촬영해 방영했다. 당시 자신의 무력함을 호소하며 눈물짓던 여교사의 모습이 일본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다른 교육현상과 마찬가지로 학급붕괴의 배경도 꼭집어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체로 학생들의 참을성 부족, 하기 싫은 일은 안해도 된다는 개인중심의 사고방식, 가정교육의 소홀, 사회전반의 가치관 붕괴, 획일적인 교육제도 등이 꼽힌다.

이런 현상의 확산에 따라 교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교원노조가 초등학교 교사 1천2백여명에게 ‘지금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가’를 물었다.

대답은 학생을 이해할 수 없다(19.6%), 가정과 사회가 변해 지도하기 어렵다(14.3%), 학생들이 자제심이 없다(9.7%), 학생들이 아무 것도 스스로 하려 하지 않는다(6.7%)는 순서였다.

특히 교사들은 요즘 대다수의 학생들이 꾸중을 듣는 학생을 싫어하지않고 심적으로 동조하는 것이 예전과 다르다고 말한다. 교사가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학생들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문부성이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79.4%가 친구나 가족관계, 수업내용 때문에 항상 또는 가끔 초조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제 문부성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문부성은 이것이 교사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학급붕괴의 조짐이 보여도 교사들이 개인적 자존심이나 학교의 평판 등을 우려해 혼자 고민하는 바람에 문제가 확산된다는 판단에서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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