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이미 완성된 페리 보고서의 미의회 제출 전후를 놓고 저울질 끝에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향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페리 조정관의 방북 목적은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만나 향후 포괄적 대북협상안의 골격을 설명하고 북한의 반응을 점검하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미 의회에 제출할 보고서가 부분적으로 수정될 수도 있다. 즉 페리 조정관이 보고서를 공개하기 전 북한의 반응을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일 3국이 북한과의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한 차례 더 페리 보고서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할 수도 있다.
한미일 3국이 방향을 확실히 설정한 만큼 페리 조정관의 5월 방북은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북―미(北―美)비공식 실무접촉에서도 페리 조정관의 방북에 대한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정일위원장과의 면담 여부를 놓고 막바지 집중적인 절충이 진행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페리 조정관을 직접 면담할 것인지, 면담한다면 포괄적 협상방안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는 전적으로 김위원장의 의중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페리 조정관의 이번 방북은 아직까지는 ‘탐색전’ 차원이며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당국자도 “대북 포괄적 접근방안을 놓고 지금 당장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많지 않다”며 “이는 중 장기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북 포괄적 협상안을 제시할 페리 조정관의 방북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새로운 전기(轉機)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방북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