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취재중 「총알세례」 블랑코넬라스 언론자유상

  • 입력 1999년 5월 4일 19시 33분


3일 세계언론자유의 날을 맞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기념회의에서 멕시코 시사주간지 ‘제타’의 편집국장 헤수스 블랑코넬라스(63)가 ‘세계언론자유상’을 받았다.

이 회의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와 기예르모 카노 기념재단이 주관했다. 기예르모 카노는 86년 마약밀매조직 취재를 지휘하다 피살된 콜롬비아 일간지 ‘엘 스펙테이터’의 발행인. 그를 기리기 위한 기념재단은 세계언론자유상을 제정해 97년부터 해마다 시상하고 있다.

블랑코넬라스는 97년10월 멕시코 정치권과 연루된 마약밀매조직 취재를 지휘하다 차 속에서 집중 난사를 받았다. 그를 보호하려다 38발의 총탄을 맞고 숨진 운전사의 희생 덕택에 그는 4발을 맞았지만 살아났다.

마약밀매조직은 두차례에 걸쳐 8만달러(약 9천6백만원)의 뇌물로 그를 유혹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이번에 받은 상금은 2만5천달러(약 3천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수상소감에서 그는 “피격 후 언론계를 떠날 마음도 먹었었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그는 “비겁하다는 생각, 내가 언론계를 떠날 경우 마약조직은 이후에도 계속 언론인들을 협박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여생을 언론계에서 마칠 각오를 했다”고 술회했다.

AP통신은 10명의 군인이 그를 24시간 경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집과 사무실을 오갈 뿐인 그는 “여분의 삶을 살고 있다”면서 취재와 기사를 쓰는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블랑코넬라스는 이날 자신의 상을 카노에게 헌증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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