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6월로 예정된 윌리엄 코언 미국 국방장관의 중국 방문을 겨냥해 미중간 고위급 군사교류를 연기한다고 10일 발표했다. 미국과의 인권협상을 중단하고 군축 및 핵확산금지 협상을 연기한다는 초강경 조치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중국의 다목적 포석일 뿐 미중관계를 계속 경색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중국내에도 많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미 강경조치가 오히려 향후의 대미관계를 염두에 둔 정책적 고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대미 강경조치는 우선 중국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중국대사관 피격으로 국내에서 반미여론이 비등한 터에 정부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대해 강수를 둘 필요가 있었으리라는 것. 정부의 대응이 약하게 비치면 자칫 시위가 정부와 당에 대한 비판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미국내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엄포용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동안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양보를 했으나 미국은 국내의 반중국 여론을 의식해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은 이 기회에 미국 등 서방의 비인도적 행위를 대대적으로 부각시켜 미국내 반중국파의 입을 봉쇄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당국이 학생들의 미대사관 앞 시위를 허용하면서 관영매체들을 통해 반미여론을 조성하는 것도, 관영매체에 미국계 상품 광고를 금지하겠다는 엄포를 놓는 것도 그런 전략의 일환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중국이 올해 7.8%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미국 또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의 WTO가입 협상을 통해 중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특혜를 얻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미국내 반중국 세력을 설득하는 재료로 중국의 반미감정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의 WTO가입을 허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미중관계를 오히려 긴밀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