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3社 말聯진출 성공비결]『현지화로 마음열었다』

  • 입력 1999년 5월 13일 19시 34분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남쪽으로 80㎞ 떨어진 셀렘방 지역. 삼성전관 삼성전자 삼성코닝 등 전자3사가 입주한 삼성 전자복합단지가 있는 곳이다.

16만여평의 대지에 6천3백명의 종업원이 말레이시아 국내총생산(GDP)의 2%인 12억달러를 매출목표로 일하고 있다.

삼성그룹 최대의 해외투자 현장이자 우리기업의 해외진출 사상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모토로라 마쓰시타 히타치 등 현지에 진출한 쟁쟁한 일류기업들과 현지기업을 모두 제치고 지난해 말레이시아 최고기업상을 수상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삼성전관이 90년 처음으로 터를 닦은 후 10여년만에 일궈낸 빛나는 성과였다.

▽갖가지 어려움들〓90년대 이후 한국에 대한 말레이시아의 시각은 극히 싸늘했다. 현지 언론에 대서특필됐던 국내 모 자동차와 반도체업체의 현지공장 설립 계획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백지화됐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건이 터지면서 한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가 되어버렸고 급기야 동아시아 국가(일본과 한국)를 배우자는 동방정책에서 한국이 제외됐다.

▽철저한 현지화 노력〓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와 중국계, 인도계 등으로 이뤄진 다인종 국가. 삼성은 구매파트에는 계산이 빠른 중국계를, 현장 근로자와 직접 부닥치는 관리파트에는 말레이계 직원을 포진시켰다. 기획 부서에는 머리가 비상한 인도계를 투입하는 등 각 인종의 장점을 살린 경영을 했다. 한국 주재원은 전체의 0.8%로 최소화했다.

삼성이 벌인 봉사활동은 한국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부터 벌인 랭깅 포리스트 국립공원 봉사활동이 대표적인 케이스. 사내 자연보호 동아리를 중심으로 주말마다 벌이는 청소작업에 자연보호협회와 산림청까지 동참했고 쓰레기장 같던 공원이 곧 제 모습을 되찾았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공원내 모든 표지판에 ‘삼성협찬’이라는 로고를 붙이게 허가하는 한편 ‘1사 1산 가꾸기’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까지 세웠다.

〈셀렘방(말레이시아)〓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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