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모 달레마 이탈리아 총리는 12일 우파 야당 지도자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등과 만나 13일 시작되는 대통령선거에서 카를로 아첼리오 참피 재무장관(78)을 단일후보로 추대하기로 합의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경제학자 출신의 참피 후보는 93∼94년 총리를 지낸 뒤 중앙은행총재와 재무장관으로 일했다. 재무장관 재임중에는 인플레를 잡고 금리를 안정시키며 재정적자를 해소해 이탈리아가 유럽단일통화 유로에 참가할 자격을 갖추도록 했다. 그래서 그는 국민의 높은 신망을 받으며 ‘유로 시대에 딱 맞는 대통령후보’로 평가되기에 이르렀다. 달레마총리도 이번 대선이 ‘국가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이탈리아 대통령선거는 오랜 투표과정을 거친다. 5월27일 임기가 끝나는 오스카르 루이지 스칼파로 대통령은 7년전 선거에서 무려 20차 투표까지 가는 진통 끝에 간신히 선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1차 투표로 결판날 가능성이 높다.
임기 7년의 이탈리아 대통령은 상하 양원 합동회의와 지방의회 대표 등 1천명의 선거인단이 선출한다. 3차 투표까지는 재적 3분의 2 이상, 4차 투표부터는 과반수의 득표를 얻어야 당선된다. 1차 투표는 13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 4시) 시작됐다.
참피를 지지하지 않는 정당은 이탈리아의 분리를 주장하는 북부연맹과 극좌정당인 공산당 정도. 이밖에 군소후보들도 많다. 여성후보도 2명이 출전했다. 에마 보니노 유럽인권판무관과 로사 루소 예르볼리노 내무장관이 그들이다.
이탈리아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 의례적 위치. 그러나 정치적 위기 때면 의회해산 명령권과 새 내각 구성 명령권을 갖는 등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중재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