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가장 찬란했던 고구려의 유적이 있는 곳은 지안(集安)시. 깍아지른 산이 병풍 두르듯 둘러싼 분지에 자리한 지안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만포시와 마주보고 있다. 이런 배산임수의 지형은 주거는 물론 외부의 침공을 막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요새라 할만 하다.
지안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선양(瀋陽)공항에서 내려 ‘연와(軟臥)’라는 열차의 침대칸(4인1실로 중국에서는 고급)에 올라 퉁화(通化)역까지 밤새 8시간을 더 가야 했다.
퉁화∼지안은 국도로 1백30㎞. 버스를 타고 2시간반을 달려 지안시 입구에 도달했다. 시계 초입의 고개를 넘자 시야가 탁 트이면서 언덕 아래로 장군총 등 고구려 유적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현재 지안에 남은 고구려인의 무덤은 1만2천여기.
그 중 압권은 ‘동아시아의 피라미드’라 불리는 장군총과 광개토대왕비. 장군총은 앞에 서면 위엄을 절로 느낄 정도다. 높이는 아파트 5층 정도의 12.4m. 길이 5.5m짜리 돌 1천1백개를 정교하게 쌓아 장구한 세월에도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주변에는 오회분 4,5호묘가 있다. 무덤 내부의 벽화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화려하고 신비로웠다. 높이 6.39m의 광개토대왕비는 4개면에 1천7백75자를 새긴 고구려역사의 대표적인 상징.랴오둥(遼東)땅을 호령하던 광개토대왕의 위용을 웅변하는 듯했다.
그러나 광개토대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태왕릉과 국내성터는 훼손이 심해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고구려 문화유적지는 중국정부에게도 관심사. 차오얀펑(曺岩峰) 지린(吉林)성 퉁화시 부비서장은 “지안의 고구려 유적지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라며 “한국 관광객들이 불편없이 둘러 볼수 있도록 시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노래 ‘선구자’의 가사에 나오는 항일의 상징 일송정(一松亭)이 있는 룽징(龍井), 조선족도시 옌지(延吉)에는 일제 침략기의 민족 수난사를 보여주는 유적들이 많다.
〈지안 퉁화 옌지(중국)〓이인철기자〉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