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심사결과]창의-실험적 작품에 「점수」

  • 입력 1999년 5월 24일 18시 51분


세기말, 칸의 선택은 ‘상식을 깨뜨리는 새로운 영화의 발견’에 초점이 맞춰졌다.

올해 황금종려상, 심사위원 대상, 남녀주연상을 탄 작품은 지금까지 칸 영화제가 손들어준 영화들과 부류를 달리하는 실험적 영화들이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 창의성에 대한 경의, 비전문배우의 등용 등이 두드러진다. 대체로 지금까지 칸은 거장 감독의 역작이나 고전적인 예술 영화들에 상을 줘왔다. 할리우드의 상업성을 바탕으로 하는 미국의 아카데미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 셈이다.

올해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로제타’는 사회문제에 민감한 관심을 보여온 벨기에의 뤽, 장―피에르 다르덴 형제 감독의 작품. 다큐멘터리를 주로 만들어온 이들답게 18세 실직자 소녀의 분투와 좌절을 그린 ‘로제타’에도 다큐멘터리적 요소가 다분하다.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탄 에밀리 드켄은 캐스팅 당시 실직한 10대였다.

심사위원 대상과 남녀주연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한 브루노 드몽 감독의 ‘휴머니티’는 ‘로제타’보다 한 발 더 나아간다. 이 영화로 남녀주연상을 탄 엠마뉘엘 쇼트와 세브린 카닐은 둘 다 직업 배우가 아니라 촬영장소인 프랑스 북서지방의 주민들. 이들과 함께 드몽 감독이 만들어낸 영화는 성과 죽음, 인간의 본능과 행동의 기원, 도덕에 대해 성찰하는 형이상학적인 영화다.

실험적 영화들이 다수 수상하게 된 데에는 심사위원장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성향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평.

프랑스에 거주하는 영화평론가 이명희씨는 “올해 칸은 잘 만들어지고 감동의 폭이 큰 영화보다 영화예술의 창의적인 면을 극대화한 작품들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할리우드표’영화들은 날로 거대해져가고 전세계가 이를 뒤쫓는 요즘, 칸의 선택은 다음 세기 영화에 대한 새로운 선언이 될 것인가. 실험은 이미 시작됐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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