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아주주간(亞週周刊) 최신호는 93년 2백34편의 영화가 만들어진 것을 정점으로 96년 1백16편, 97년 94편, 98년 92편 등 홍콩에서 제작되는 영화가 크게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엔 작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0편 정도가 제작될 전망.
홍콩영화가 이처럼 몰락하는 것은 무엇보다 극심한 불법복제 때문.
영화 개봉과 거의 동시에 불법복제된 비디오와 CD롬이 암시장에 깔리기 때문에 영화관객이 줄고 있다. ‘삼합회(三合會·트라이어드)’라 불리는 홍콩의 폭력조직이 불법복제에 개입돼 있어 경찰도 손을 못쓰고 있다. 삼합회는 영화제작에까지 뛰어들어 유명 영화배우를 협박, 저질영화에 강제출연시킨다. 말을 듣지 않는 영화인은 납치 폭행을 일삼았으며 97년에는 영화인 2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는 것을 계기로 저우룬파(周潤發) 리롄제(李連杰) 양쯔충(楊紫瓊) 등 톱스타와 ‘영웅본색’의 감독 우위썬(吳宇森)감독 등이 속속 미국의 할리우드로 떠났다.
둘째, 아시아 금융위기도 홍콩 영화산업에 악영향을 끼쳤다. 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시장이 97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판로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셋째, 컴퓨터게임 전자오락 인터넷 가라오케 등이 젊은 층을 영화관에서 뺏어갔다.마지막 이유는 스턴트맨 등 인력 품귀. 홍콩영화의 70%는 통쾌한 액션의 쿵후영화로, 쿵후에 능숙한 스턴트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당이 1천4백 홍콩달러(약 18만원)에 불과한 데다 5년째 오르지 않아 직업을 바꾸도록 만들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