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성의 아르헨티나 뮤지컬 퍼포먼스 ‘포에버 탱고’(Forever Tango)가 부산(6월4,5일·부산KBS홀)과 서울(6월8∼13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상륙한다.
97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를 열정과 정염(情炎)의 도가니에 빠뜨린 이 작품은 지난해 공연계의 아카데미상 격인 토니상에서 안무상을 수상,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검증받았다.
아르헨티나 출신 첼리스트이자 탱고작곡가 루이스 브라보가 제작 연출, 뉴욕공연의 원멤버를 그대로 옮겨와 탱고의 역사 그 자체를 그려낸다.
1880년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보카지역의 빈민과 창녀 등 ‘싸구려 인생’들. 아프리카 흑인노예들의 격렬한 토속리듬에 유럽의 클래식을 접목시킨 ‘살풀이’로 시작, 1910년대 유럽의 상류문화를 매혹시키는 과정이 펼쳐진다.
노래가 춤이나 대사보다 강조되는 것이 최근 뮤지컬의 흐름이지만 ‘포에버 탱고’에서 노래하는 사람은 오직 한명. 솔로 댄스로 꾸며지는 두장면을 제외하고는 총20개의 장면이 1급 탱고댄서 일곱커플의 격정적인 탱고로만 구성된다.
절제되면서도 슬픔을 잊으려는 몸부림인 양 화려하게 차려입은 무대의상도 눈길을 사로잡을 듯. 남자의 허리를 강조한 턱시도와 함께 ‘공격적인’다리 움직임을 위해 옆이 깊게 트인 스커트, 터질 듯한 가슴을 반쯤 드러낸 원색의 드레스 등 여성의 곡선을 강조한 실루엣이 2시간내내 선보인다.
고전 탱고를 재즈와 접목시킨 ‘탱고의 바흐’ 아스트로 피아졸라(1921∼1992)의 음악, ‘반도네온’(탱고용 팔각형 아코디언)의 아련히 젖어드는 선율도 귀기울임직 하다.
최근 샐리 포터 감독이 자전적 영화 ‘탱고’를 냈고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가 ‘피아졸라 예찬’이라는 탱고앨범을, 첼리스트 요요마가 ‘탱고의 영혼’을 발표했다. 문화계에 일고 있는 탱고 열풍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해 10월 내한한 루이스 브라보의 해석. “어떤 고정화된 형식도 없이 오직 서로에 대한 집중, 강렬한 밀착성이 강조되는 춤이기에 소외감에 시달리는 세기말의 현대인들에게 호소력을 갖는다.”
부산공연 4일 오후7시, 5일 3시 7시, 051―760―1177 서울공연 평일 7시반, 주말 3시 7시반, 02―2237―9565
▼탱고는 어떤 춤인가▼
1880년대 아르헨티나 브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굴과 선술집 등지에서 퍼져나간 탱고는 아프리카 흑인노예들의 원초적 리듬인 ‘칸톰블레’, 쿠바 춤곡 ‘아바네라’, 유럽의 폴카를 뒤섞은 서민들의 춤으로 출발했다.
이후 정형화된 4분의 2박자 리듬으로 깔끔하게 다듬어진 탱고는 유럽에 상륙하면서 당시 도덕률에 얽매인 귀족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콘티넨탈 탱고’로 탈바꿈한다. 남녀가 포옹한 자세에서 리듬과 스텝이 엇박자로 시작되기 때문에 관능과 충동, 원시적 본능을 만족시켜주는 춤이다.
‘만지다’라는 뜻의 라틴어 ‘tangere’가 어원으로 알려진 탱고는 이후 미국으로 진출, 맘보 트위스트 살사 디스코 그리고 현대의 힙합에 이르기까지 20세기 ‘뒷골목 문화’의 원류로 자리잡게 된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