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엔」사카키바라 재무관 내달 퇴임

  • 입력 1999년 6월 2일 20시 07분


「미스터 엔」으로 불려온 일본 대장성 사카키바라 에이스케(58)재무관이 물러난다.

사카키바라는 다음달 대장성 정기인사 때 퇴진해 관료생활을 마칠 것이 확실시된다고 소식통들이 2일 전했다. 재무관 취임후 2년이 지났고 사무차관으로 영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후임에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55)국제국장이 유력하다.

사카키바라는 국제금융국장(현 국제국장)과 재무관으로 일하면서 국제외환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외환시장이 출렁거릴 정도였다. 게다가 대부분의 일본관료들과는 달리 그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늘 주목을 받았다.

그가 차관급인 대장성 재무관까지 오른 것은 일본 관료사회에서 이변에 가깝다. 그는 도쿄대 경제학과 출신이지만 대장성 본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과장 때까지 해외나 한직을 주로 맴돌았고 핵심부서인 주계국(예산국)에서는 근무하지 못했다. 주변의 눈치를 안보고 발언하거나 외출한 상사의 응접실에서 외국특파원의 취재에 응하는 등 ‘튀는 행동’으로 눈밖에 났기 때문.

그는 95년 한직인 재정금융연구소장에서 일약 국제금융국장으로 발탁돼 화제가 됐다. 환율정책을 둘러싼 미국의 압력에 고민하던 다케무라 마사요시(武村正義)대장상이 미국 재무 부장관 로렌스 서머스나 퀀텀펀드 회장 조지 소로스 등과 교분이 깊고 영어도 능숙한 그를 기용했다.

일본관료 중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미국물을 많이 마셨지만 그는 ‘일본적 장점’을 중시하고 미국을 자주 비판하는 ‘경제민족주의자’다. 국제금융국차장이던 93년 고압적 태도를 보이는 미 무역대표부(USTR) 찰스 레이크 일본부장에게 “당신은 지금 일본이 맥아더원수에게 점령된 시절인줄 아느냐”고 받아친 일화는 유명하다. ‘일본인으로서의 자의식’은 고교시절 미국에 유학했을 때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관측통들은 그의 퇴진 후에도 일본의 외환정책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완만한 엔화가치 변동은 시장에 맡기지만 지나친 변동에는 개입한다’는 노선이다.

그러나 구로다는 여러 측면에서 사카키바라와 대조적이어서 정책추진 스타일은 꽤 바뀔 것같다. 대장성 본류 출신의 구로다는 조용히 업무를 처리하고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린다. 사카키바라는 미국이나 호주의 대학으로 갈 예정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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