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DPA통신 등 외신은 “교황이 성지 순례차 5일 폴란드를 방문한다”며 “교황이 고국땅을 밟는 것은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3일 전했다. 교황의 건강상태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교황의 이번 방문일정은 인간의 냄새를 짙게 풍긴다. 교황도 수구초심(首丘初心)만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교황은 이번 일정을 유례없이 긴 13일간으로 잡았다. 성지순례를 겸해 고국산천도 찬찬히 돌아보겠다는 뜻이다. 교황은 폴란드 16개주(州) 중 11개주 24개 도시를 방문한다.
46년 사제서품을 받은 이후 53년 동안 ‘영적(靈的)인 아버지’를 섬기며 살아온 교황은 특히 바티칸으로 돌아가기 전날인 16일 고향 크라코프에 있는 ‘육신의 부모’의 묘소를 찾는다.
출생지이자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바도비체도 둘러본다. 잠시나마 ‘요한 바오로 2세’가 아닌 ‘카룰 보이티야’(교황의 세속명)로 돌아가는 것이다.
교황에 대한 폴란드 국민의 애정은 각별하다. 현재 폴란드에는 교황을 기리는 동상과 기념물이 40여개나 된다. 교황의 이름을 딴 학교와 거리, 광장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20세기 최장수 재위기록을 지닌 교황이자 사실상 최초의 비(非) 이탈리아인 교황을 배출했다는 자부심 때문만은 아니다. 78년에 즉위한 교황은 이듬해 공산주의 치하의 폴란드를 처음으로 방문, 자유노조연대운동을 고무해 폴란드를 포함한 동유럽 공산권 붕괴에 기여했다. 교황은 지금까지 여덟차례나 폴란드를 찾았다.
폴란드정부는 교황의 방문행사마다 엄청난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7백편의 기차를 추가로 마련했다. DPA통신에 따르면 대부분의 폴란드 국민은 교황이 ‘떠날 채비’를 하기 위해 고향을 찾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국민의 3분의 1 가량은 ‘마지막으로’ 교황을 직접 보기 위해 미사에 참석하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도시에서는 공무원들에게 ‘교황방문 특별휴가’를 주어 교황이 주재하는 미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로 했다.
또한 폴란드 당국은 교황이 머물 주(州)로 어떤 무기도 반입하지 못하게 조치했다. 양주는 물론 맥주 와인 등 모든 주류의 판매도 금지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