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서남표/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로 가려면

  • 입력 1999년 6월 7일 19시 49분


높은 산업화 수준과 풍부한 기회를 제공하는 고등교육 제도는 한국의 자랑이다. 아직은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 먼저 산업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외래기술을 도입하는데서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는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 노동집약산업에서 기술집약산업 위주로 전환하면서 둘 사이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기술집약형 기업은 모든 측면에서 자본집약형 기업을 능가한다.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 GM(제너럴 모터스)의 연간매출액이 1천5백억 달러나 되지만 기업의 시장가치는 6백억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출액이 훨씬 적은 MS(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가치는 3천3백억 달러나 된다. MS의 순이익이 GM보다 훨씬 큰 폭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21세기 지구촌에서 지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기술우위이다.

무엇보다 교육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고등교육의 질은 아직 세계수준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져 있다. 연구결과가 지식과 기술의 축적에 끼친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논문 편수와 같은 기준만으로 교수를 평가하면 결국 아무도 읽지 않을 논문만 양산된다.

현재 대학개혁은 세계적 추세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미국 MIT대학과 긴밀히 협력해 대학원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정부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 MIT가 협력의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는 분명하다. 이 대학 교수와 대학원생들은 지난 20년동안 3천억원 이상의 소득을 창출한 8백50개 기업을 설립했고 1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국에서도 21세기에 필요한 첨단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두뇌한국 21’프로그램을 입안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의 성패는 과거의 관행과 얼마나 철저히 결별하는가, 정부가 대학을 통제하고 싶은 유혹을 얼마나 잘 참는가에 달려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서남표(美MIT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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