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96%의 투표율을 보인 이번 총선에서 골카르당의 오랜 기반이며 국회의원 462명(정원 500명중 38명은 군부가 지명) 가운데 232명을 뽑는 자바에서도 민주투쟁당이 골카르당을 앞서고 있다.
수하르토 전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뒷받침해온 골카르당은 온건 이슬람계 야당인 국민각성당(PKB)에도 뒤져 3위로 밀리고 있다.
이로써 인도네시아가 49년 네덜란드에서 독립한 이래 처음으로 자유선거를 통해 의회내 다수당이 바뀔 것이 확실해졌다.
그러나 정권교체로까지 이어질 지는 불투명하다. 민주투쟁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각 정당은 7월초 국회구성―10월초 국민협의회(MPR)구성―11월 대통령선거에 이르는 5개월 동안 복잡한 짝짓기를 시도하며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8일 미국 뉴욕타임스지의 표현처럼 총선은 끝났지만 권력투쟁과 민주화 실험은 이제 시작된 것이다.
민주투쟁당은 아미엔 라이스가 이끄는 야당 국민수권당(PAN)및 국민각성당과의 제휴나 연대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위란토 국방장관 겸 총사령관 영입설도 나오고 있다.
골카르당은 ‘이슬람 국가에서 여성대통령은 불가하다’고 주장하며 메가와티와 민주투쟁당에 반감을 가진 강경 이슬람계 연합개발당(PPP)과 제휴할 가능성이 높다.
골카르당은 11월에 대통령을 선출하는 정원 7백명의 국민협의회에 자기당측의 ‘안전 세력’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부가 지명하는 국회의원 38명, 그리고 지방의회 대표 135명과 직능대표 65명이 그것이다. 마르주키 다루스만 골카르당부총재는 “총선 승패는 일차 관문에 불과하며 (골카르당) 집권을 위한 많은 제도적 장치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수하르토가 물러난 뒤 군부는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면서 민심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군부 지명 의원과 군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방의회 대표 등이 대선에서 과거처럼 골카르당을 지지할 지는 확실치 않다.
이밖에 일부 지역의 분리주의 투쟁과 8월8일 동티모르 주민투표 같은 변수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총선이 끝나자 인도네시아에서는 주가가 올랐고 국제통화기금(IMF)은 4억5000만달러의 구제금융 제공을 승인했다. 인도네시아 민주화에 대한 자신감이나 기대감의 표현이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