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특별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노트북 PC와 일반 PC모니터 등에 사용되는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납품권을 얻은 점이다.
한국과 일본이 양분하고 있는 시장에 강력히 도전하게 된 것이다.
에이서는 IBM재팬으로부터 TFT―LCD 기술을 이전받아 7,8월중 상용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TFT―LCD부문에선 신생업체와 다름없는 에이서가 세계 최대 컴퓨터업체의 납품권을 따낸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에이서를 비롯한 대만 전자업체들은 얼마전부터 한국과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TFT―LCD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대만업체들은 95년 메모리반도체(D램) 가격이 한창 절정을 누리고 있을 때 D램시장에 진출해 세계적인 가격 폭락을 촉발시켰다. 이와 같은 대만업체가 다시 TFT―LCD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보니 한국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홍콩의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는 10일자에서 “대만 업체가 계속 진출하고 있어 과거 D램 가격폭락과 같은 TFT―LCD 가격 폭락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대만업체가 이처럼 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세계 노트북 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지만 TFT―LCD를 직접 생산하지 못해 판매이익의 상당부분을 해외에 넘겨주었는데 이제는 이 몫마저 고스란히 챙기려 한다. TFT―LCD를 생산하면 판로는 걱정이 없다.
대만업체들은 그간 노트북 가격의 3분의1을 차지하는 TFT―LCD를 한국과 일본 업체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노트북 판매수익금 중 상당부분을 이들 TFT―LCD 생산업체에 갖다 바친 셈이다.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에 따르면 대만 업체들은 작년 한해동안 한국과 일본업체에서 TFT―LCD를 구입하는데만 30억달러를 지출했다.
둘째, 대만의 저렴하고도 숙련된 인력을 활용해 한국 업체를 견제하려는 일본 업체의 계산. 일본의 샤프 미쓰비시전기 등은 30년대 후반 삼성 LG―LCD 등 한국 업체들에 생산능력과 제조단가에서 밀리게 됐다. 이에 따라 일본 업체들은 한국 업체와 직접 경쟁은 피하고 대만업체들에 기술을 이전하고 로열티를 받으면서 견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