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軍 코소보 기습 입성]전략인가? 실수인가?

  • 입력 1999년 6월 13일 19시 53분


계산된 전략인가, 군통제권의 상실을 알리는 신호인가.

러시아군이 12일 새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보다 한발 앞서 전격적으로 유고 코소보에 진입하자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2일 “코소보 진주는 실수”라고 밝혔으나 코소보를 분할하기 위한 계산에 따라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먼저 들어갔다는 분석도 있다.

★계산된 전략일 가능성

러시아의 인테르팍스통신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12일 국방 및 외무장관과 긴급 회의를 가진 뒤 러시아군의 코소보진입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인테르팍스통신은 또 이바노프장관의 ‘실수’발언 이후에도 러시아 병력이 코소보 철수명령을 받지 못했으며 오히려 지원병력이 투입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평화유지군(KFOR)의 지휘권을 놓고 NATO와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가 코소보 일부 지역에 독자적으로 주둔함으로써 사실상 코소보를 분할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코소보에 진주한 러시아군은 현지 공항을 선점, 통제권을 확보하는 등 NATO군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군통제권 상실 가능성

미 CNN방송은 12일 러시아당국이 러시아군에 코소보진주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진주를 허용하는 새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러시아군이 명령을 무시한 채 코소보로 들어갔거나 명령이 전달되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고 방송은 분석했다.

미 뉴욕타임스도 이날 “러시아군부가 외교에 대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러시아정부의 군부장악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냉전이후 갖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크렘린에 충성을 보여온 군부가 NATO의 유고공습 이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

이 신문은 러 국방부의 고위간부인 레오니트 이바쇼프장군이 12일 미국과의 지휘권협상이 결렬된 후 “러시아는 NATO와 동등한 권리가 있으며 유고와의 합의아래 일정한 구역을 담당할지도 모른다”고 발언한 것이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는 옐친대통령이 이미 군부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한 단계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옐친대통령은 러시아군이 11일 세르비아로 이동한 것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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