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14일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서 “미국 경제의 생산성 증가추세가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다”면서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거듭 표명했다.
그린스펀의 발언은 ‘생산성 증가를 통해 임금과 가격상승 압력을 완화시킴으로써 인플레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일부의 낙관론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
현재 9년째 활황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소비가 워낙 왕성해 워싱턴포스트지는 “쇼핑몰 등에서 ‘세일’이라는 문구가 자취를 감춘 상태”라고 보도할 정도.
5월중 미국의 소비 판매 증가율은 뉴욕의 월가 전문가들이 예상한 0.7%를 넘어 1%를 기록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FRB가 이달말 인플레 방지를 위해 현행 연 4.75%인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에 따라 미국 주가는 이달들어 계속 하락세다. 채권값도 떨어져 5%대였던 30년만기 미 국채수익률이 6.135%로 올랐다.
미 경제전문가들은 16일 발표될 예정인 5월중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를 주시하고 있다. FRB가 이 지수를 금리조정의 잣대로 삼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수 발표 하루 뒤인 17일 의회에 출석, 경제전망과 통화정책에 관한 의견을 밝힌다.
◆일본
97년 4월 소비세율 인상 이후 계속된 장기불황과 금융불안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으로 들어간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올 1·4분기(1∼3월)중 일본 경제가 전(前)분기에 비해 1.9%(연율기준 7.9%) 성장했다는 경제기획청 발표는 실물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의 분기별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1년반만에 처음인데다 성장률도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수준이다. 소비와 설비투자 주택투자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기에 대한 불안심리도 많이 줄었다. 덴쓰(電通)사가 지난달 수도권 성인남녀 53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향후 경기에 대해 낙관적 전망(28.2%)이 비관적 전망(22.0%)보다 높았다. 낙관론이 비관론보다 높아진 것은 2년반만에 처음.
닛케이(日經)평균주가는 3월이후 상승세를 보여 일본 금융불안의 신호탄이었던 97년 11월 야마이치(山一)증권 도산 이전 수준인 1만7000엔대로 회복됐다.
지난해 달러당 140엔대까지 급락했던 엔화가치는 경기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최근 120엔 내외로 급등했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내각의 과감한 경기부양 및 금융시장 안정대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낙관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허승호기자·도쿄〓권순활특파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