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는 이야기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독특한 형식의 시리즈 영화다. 조지 루카스 감독은 77년부터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 ‘제다이의 귀환’3부작을 차례로 개봉했다. 20여년이 지난뒤 그는 특수효과 기술수준때문에 뒤로 미뤘던 3부작의 전사(前史)제작에 착수했다. 3부작은 전체 시리즈의 4∼6편. 이번에 개봉되는 영화가 1편에 해당한다.
1편은 4∼6편에 등장하는 악의 화신 다스베이더의 어린 시절 이야기. 악에 물들기전 선의 수호자인 제다이의 기사였으며, 4∼6편의 주인공 루크와 레아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가 제다이에 발탁되는 과정이 중심 줄거리를 이룬다.
1편의 시각적 이미지는 4∼6편보다 화려해졌지만 이야기는 초라해졌다. 아홉살난 아나킨 스카이워커(제이크 로이드 분)로 되돌아간 다스베이더처럼, 4∼6편의 비장함은 찾아볼 수 없는 어린이용 영화다.
배우가 누구였더라도 별 상관이 없었을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연기자가 아니라 특수효과기술 그 자체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외계생물들, 비행선 경주장면, 우주 공화국 원로회의 장면 등은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 일본 가부키 배우같은 복장을 한 아미달라 여왕(나탈리 포트만)의 갖가지 의상과 수중도시 등 다양한 우주공간의 디자인도 뛰어나다.
그러나 정교한 디자인과 특수효과에 비해 등장인물의 성격과 이야기 구성은 허술한 편. 4∼6편에서 어둡고 고독한 공간이었던 우주는 1편에서 아나킨이 신나게 노는 전자오락장으로 변모한다.
이 영화의 부제인 ‘보이지 않는 위험’에 걸맞는 ‘위험’에 대한 힌트는 거의 없다. 4∼6편과의 연계를 의식한 듯 제다이의 스승 요다는 아나킨을 경계하지만, 그것도 대사 한두마디에 불과하다.
지난해 미국에서 14주동안 흥행 1위를지켰던‘타이타닉’의기록을 깨기엔 무리였을까. 미국 개봉 3주후인 지난 주말, 이 영화는 SF코미디 ‘오스틴 파워2’에 1위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