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엔진 실험]「核카드」약화…미사일로「노림수」

  • 입력 1999년 6월 21일 04시 02분


북한이 지난달 초 대포동 미사일 엔진발사 실험을 마쳤다는 것은 지난해 8월 북한이 발사했던 대포동 1호의 뒤를 이어 새로운 미사일의 발사준비를 착착 진행시켜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 그동안 여러 차례의 북―미간 미사일 협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자주권’을 앞세운 북한의 미사일 개발 의지를 꺾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달 초는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의 방북과 미국의 금창리 핵의혹시설 방문조사를 앞두고 한미일 3국이 대북포용정책을 준비하던 때였다.

북한이 한쪽 문을 열어 놓고 다른 한쪽에선 대포동 미사일의 재발사 실험을 진행시켜 왔다는 것은 어떤 상황이 오든 대미(對美)‘협상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즉 미국의 방문조사로 ‘금창리 핵카드’가 사실상 폐기될 것으로 예상하고 또다른 ‘미사일 카드’를 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엔진발사 실험은 미국이나 일본을 크게 자극할 것이다. 지난해 발사된 대포동 미사일의 사정권에 알래스카까지 들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일 양국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측이 서둘러 베이징(北京) 북―미고위급회담 개최를 추진한 것도 북한의 미사일 재발사를 막기 위한 긴급조치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만일 북한이 미사일 완성체를 재발사한다면 대북 포용정책은 중대한 난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이 “이번 북―미고위급회담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 저지가 가장 뜨거운 현안이 될 것”이라고 전한 것에서도 미국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윤영찬기자·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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