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6·25 49돌]어느 터키老兵의「병상20년 소원」

  • 입력 1999년 6월 24일 19시 54분


「꿈에도 잊지못할 전쟁…, 꼬레(한국) 땅.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밟아볼 수 있을 지….」

6·25전쟁 참전의 후유증으로 20년째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한 터키 노병의 실낱같은 바람이다.

휴전과 함께 53년 8월 귀국했으나 줄곧 신경쇠약증에 시달리다 79년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니아지 아슬란타쉬(70).

6·25전쟁 발발 49주년을 일주일 앞둔 17일 심재덕(沈載德)경기 수원시장 일행이 터키의 수도 앙카라의 변두리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았다. 터키 서남쪽에 있는 얄로바시와 자매결연을 하기 위해 터키를 방문한 심시장 일행은 한국을 떠나기 전 아슬란타쉬에 관한 얘기를 듣고 이날 그를 찾은 것.

심시장 일행이 6·25전쟁 당시 터키군의 주둔지였던 경기 양주군 백석면 광적리에서 파 간 흙을 부인(63)이 집어 코에 대주자 아슬란타쉬는 “어이”하는 뜻모를 말을 토하며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의 눈에는 곧 눈물이 고였다.

심시장 일행이 “꼭 일어나 한국에 와 달라”며 초청장과 위로금을 손에 쥐어주자 그는 입술과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현재 전신마비에 실어증까지 겹쳐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사람의 얘기는 다 알아듣고 눈빛 등으로 감정표현을 하고 있는 상태. 가족들에 따르면 그는 79년 쓰러지기 직전까지 “죽기 전에 한국땅을 밟아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요즘도 TV를 보다가 한국 얘기만 나오면 눈을 크게 뜨거나 소리를 지르곤 한다는 것.

아슬란타쉬의 상관이었고 현재 터키의 6·25전쟁참전용사협회 부회장인 무아메르 외주투르크멘(81)은 “꼬레의 형제가 찾아와 아슬란타쉬가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슬란타쉬는 50년 8월 21세의 나이에 6·25전쟁에 참전, 경기 용인 김량장전투 등 수많은 전장(戰場)을 누비다 3년만인 53년 귀국했다.

터키군은 6·25전쟁에 1만5000여명이 참전, 3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앙카라(터키)〓박종희기자〉parkhek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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