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면허 증권브로커, 12개 보험사 돈빼내 잠적

  • 입력 1999년 6월 25일 00시 33분


미국에서 사상최대의 금융사기사건이 발생했다. 무면허 증권브로커 마틴 프랭컬(44)이 고객 돈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빼돌려 잠적한 것.

미 연방수사국(FBI)은 22일 공개수배에 나섰으나 프랭컬과 돈의 행방에 대한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정확한 사기수법도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신문들에 따르면 프랭컬은 미시시피 등 5개주 12개 군소 보험회사로부터 거액을 빼내 스위스은행 해외 비밀계좌에 입금하고 사라졌다.

그의 사기액수는 95년 영국 은행 베어링스를 파산으로 몰고 갔던 증권거래인 닉 리슨의 사기액 13억4300만달러의 두배를 넘는다.

프랭컬은 92년 100만달러 사기사건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영구거래금지 조치를 받았으나 여러개의 가명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무면허인 그가 어떻게 월가에서 활동할 수 있었는지 미 금융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는 또 가난한 어린이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아시시 재단’이라는 유령자선단체를 설립해 사기행각을 벌였다. 그는 유명 정치인과 교회지도자 언론인들이 자선단체에 참여하고 있다고 선전, 이들과 친한 것처럼 행세했다.

그의 사생활 또한 미스터리. 고등학교 중퇴학력인 그는 코네티컷 그리니치의 300만달러짜리 호화맨션에 숨어살며 위성과 연결된 90대 이상의 컴퓨터를 갖춰놓고 돈세탁을 해왔다. 같은 건물 입주자들도 그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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