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출판재벌로 공화당 대통령후보 지명전에 도전한 스티브 포브스는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그의 지지율은 4%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는 다른 이유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대통령후보 도전자로서는 최초로 인터넷을 통해 출마선언을 했고 인터넷과 선거운동을 접목한 ‘e―캠페인’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인터넷 선거참모인 릭 시걸은 이를 ‘전자 게릴라전’으로 부른다.
시걸은 공화당 대통령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조지 W 부시 2세 텍사스주지사의 선거운동을 ‘진지전’이라고 부른다. 전직 대통령인 아버지의 후광 덕분에 미디어의 집중조명을 받으면서 공화당의 많은 주지사와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하고 선거운동 시작 몇개월만에 200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싹쓸이해 고지를 점령한 것을 빗댄 말이다. 포브스 진영이 자신들을 전자게릴라로 부르는 것은 기존 정치세력과 같은 ‘정규군’에 의존하지 않고 광속으로 움직이는 사이버 공간의 잠재력을 활용해 유권자들을 잡겠다는 뜻이다.
포브스의 ‘e―선거본부’ 조직표를 보자. 그의 웹사이트(www.forbes2000.com)에 들어가 e―지역구(Precinct) 책임자가 될 것을 서약하면 비밀번호를 등록하고 개인용 웹페이지를 할당받는다. 12명의 지지자를 규합하면 e―block의 리더가 된다. 한국으로 치면 반책(班責)이다. 25명을 모으면 e―neighborhood. 이런 식으로 10단계를 거쳐 5000명을 모으면 e―전국위원회(National Committee)의 정식 회원이 된다(표참조).
포브스의 선거조직은 피라미드 영업방식을 본떴다. A라는 사람이 B를 끌어들이고 B가 새로운 사람을 끌어들이면 A는 두명의 지지자를 규합한 것으로 인정된다. 확보한 지지자수에 따라 점수가 붙는다. 구체적인 포상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점수에 따라 논공행상이 이루어진다. 엄청난 세력으로 늘어날 잠재력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포브스의 e―지역구 관리책이 되기로 서약한 사람은 1620명. 이들이 종횡으로 뻗어나가면 숫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17일 열린 그의 사이버 선거자금 모금행사 역시 새로운 기획이었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온라인으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신용카드로 10달러씩을 받았다.
그의 전자게릴라전에는 일대일 마케팅 기법도 동원된다. 이른바 ‘맞춤유세(Customized Campaign). 먼저 폴크컴퍼니와 같은 소비자정보회사로부터 1억8000만명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얻는다.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A라는 사람이 선거인으로 등록하는 순간 그의 나이와 직업, 집의 소유형태, 자동차의 종류, 심지어는 끽연여부까지 파악할 수 있다. 컴퓨터는 즉시 A의 성향에 맞는 공약을 골라 A에게 E메일로 보낸다.
그의 대중연설에서도 공간은 의미가 없다. 동부 뉴햄프셔주에서 연설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중부 아이오와주에 생중계하는 방법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런 전자선거운동이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포브스의 성가(聲價)나 정치적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개월여만에 포브스의 웹사이트 접속건수가 2000만건을 돌파해 그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관심이 만만치 않음을 입증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포브스의 e-지역구
12명〓e―Block25명〓e―Neighborhood
50명〓e―Precinct
100명〓e―Ward
250명〓e―City
500명〓e―County
750명〓e―District
1000명〓e―State
2500명〓e―Region
5000명〓Member of the e―National Committ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