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은28일 아들 멘토(37)의 증언을통해 그는 세르비아 경찰이 동족청년들을 살해하려 하자 변장을 버리고 나타나 이들의주의를돌려 청년들을 구한 다음 처형됐다고 전했다.
아가니는 코보소주 알바니아계 대표로 평화협상에 참여했던 온건성향의 사회학자다. 그는 협상 결렬후 프리슈티나의 집에 머물다 3월 2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공습 개시와 동시에 세르비아계의 인종청소가 시작되자 은신했다. 점차 포위망이 좁혀지자 변장을 한 뒤 가족과 함께 5월6일 마케도니아로 탈출하기 위해 기차를 탔다.
열차는 국경이 봉쇄돼 프리슈티나로 되돌아오던 중 30∼40명의 세르비아계 경찰에 의해 세워졌다. 이들은 승객 가운데 알바니아계 청년 20여명을 끌어낸 다음 “너희들을 죽이고 코소보해방군 복장을 입혀 놓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청년들을 처형하려 했다.
아가니는 이 순간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세르비아 경찰 앞에 나타났다. 경찰은 “NATO군을 끌어들인 작자구먼”하더니 청년들을 돌려보내고 대신 그를 차에 태우고 사라졌다.
아가니는 다음날 세르비아계가 거주하는 마을의 도로가에서 사살된 채 발견됐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