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주의 상징 흰머리 독수리「부활」…보호정책 덕분

  • 입력 1999년 7월 4일 18시 37분


미국의 ‘국조(國鳥)’격인 흰머리 독수리가 멸종위기를 넘겼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미 독립기념일 이틀전인 2일 백악관에서 흰머리 독수리 부활 의식을 거행하면서 “국가의 상징인 흰머리 독수리가 다시 살아난 것을 축하하는 것보다 독립을 기념하는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라며 기뻐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날 야생동식물 보호청에 흰머리 독수리를 멸종보호대상 동식물 명단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야생동식물 보호청은 앞으로 1년간 검토작업을 한 뒤 제외여부를 결정한다.

흰머리 독수리는 1782년 미국의 국새 문양으로 새겨졌다. 부릅뜬 눈으로 민주주의의 이행을 감시해달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이 독수리는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이 됐다.그러나 당시 50만마리로 추산되던 흰머리 독수리는 남획과 생태계 파괴로 점차 자취를 감춰 1963년에는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전역에 불과 417쌍밖에 살지 않는 것으로 조사돼 미국에 충격을 줬다.

이에 따라 73년 멸종 동식물 보호법이 제정되면서 흰머리 독수리는 109종의 멸종대상에 포함됐다. 이 법은 멸종대상 동식물로 지정되면 사냥이나 채취를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또 행정당국이 해당 동식물의 집단서식지를 매입하고 집중적인 관찰을 통해 소생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72년 제정된 DDT 사용금지도 흰머리 독수리의 소생에 기여했다. 대대적인 보호 덕분에 흰머리 독수리는 현재 5800쌍으로 늘어났다. 이에따라 흰머리 독수리는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일뿐만 아니라 환경보호 노력의 결실을 입증하는 살아있는 증거 역할도 하게 됐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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