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회담 결렬]남북 강경 입장…냉각기 길어질수도

  • 입력 1999년 7월 4일 19시 48분


중국 베이징(北京) 남북 차관급회담이 3일 결렬됨에 따라 이산가족문제의 해결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한국측의 ‘선 이산가족논의―후 비료지원’ 입장과 북한측의 ‘선 비료지원―후 이산가족논의’ 입장이 좀처럼 접점을 찾기 어려워 앞으로 언제 회담이 속개될지, 속개된다 해도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특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4일 미국에서 “이산가족 상봉문제에 대해 북한이 먼저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나머지 비료 10만t을 결코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재천명함으로써 타협의 여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남북이 모두 회담을 깰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회담이 결렬된 것은 지난달 3일 남북 비공개접촉에서 합의(6·3 합의)한 것에 대한 양측의 해석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북한측 박영수(朴英洙)대표단장은 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측이 상호주의를 내세우며 비료 10만t 추가지원을 보류한데 대해 비난하고 “국민의 정부도 선행 문민정부처럼 북남대화가 없는 정권이 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위협했다.

회담이 진전되려면 북한측이 이산가족교류 카드를 내놓거나 한국측이 비료수송을 재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어느 쪽도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해교전사태의 후유증이 가실 때까지 남북관계의 냉각기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베이징〓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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