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외교용 브로치」…뉴욕서 기념전 열려

  • 입력 1999년 7월 4일 23시 19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옷깃에 달린 브로치에는 ‘외교 브로치’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브로치가 단순한 장식용이 아니라 대부분 미묘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

올브라이트는 실타래처럼 얽힌 중동평화협상 때는 ‘거미줄 속 거미’모양의 브로치를 달았고, 이라크 신문이 자신을 독사로 비난한 직후 이라크 외교관을 만날 때는 뱀 브로치를 달고 나와 상대방을 당혹케 했다.

작년 2월 프랑스 외무장관을 만날 때는 아기천사 모양의 브로치를 달았는데 회담은 예상대로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러시아에 갈 때는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독수리브로치를, 중동문제를 다룰 때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브로치를 다는 올브라이트는 “내 브로치를 읽으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한다.

이같은 올브라이트의 브로치를 기념하는 전시회가 1일부터 뉴욕의 미국공예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회에는 16개국의 공예가 61명이 만든 브로치 71점이 출품됐다. 전시품들은 올브라이트가 실제로 달고 다닌 것이 아니라 ‘올브라이트식 감각으로 만들어진’ 메시지가 담긴 브로치들.

주먹으로 한 방 맞은 얼굴 모양의 ‘펀치’를 출품한 대니얼 요치는 “외교란 때로 말로 일격을 가하는 것”이라며 “올브라이트는 협상에서 최후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네덜란드 공예가 가이스 바커는 자유의 여신상의 두 눈에 시계를 박은 브로치를 내놓았다. 한쪽 시계는 회담이 얼마나 오래 계속될지를 알기 위한 것이고, 다른쪽 시계는 상대방이 언제 떠날지를 알도록 하는 것이라는 게 바커의 설명.

올브라이트 장관은 자신이 관련된 전시회를 빛내기 위해 주최측의 요구대로 자유의 여신상 브로치를 달고 사진을 찍어 카탈로그 표지 사진으로 쓰도록 배려했다.〈뉴욕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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