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룰과 창의력★
“파란새와 빨간새가 싸웠어요.”(교사) “(싸우는 시늉을 하며)와, 와.”(아이들)“이젠 뭘해야 하지?” “화해요.” “화해는 어떻게 하지?” “(서로 껴안으며) 미안해요.”
6월15일 오전 드라마시간. 예술위주 교육으로 이름난 칠드런스워크샵은 영화 ‘파고’를 만든 감독 에단 코엔의 아들 버스터(2)처럼 맨해턴에 사는 예술가 자녀들이 많이 다닌다. 원생은 2∼5세 30여명. 수업료는 하루수업 4시간 기준으로 한달 575달러(약69만원). 해당 예술분야를 전공한 교사 12명이 가르친다. 아이들은 매일 △연극 △춤 △미술 △음악 △자유놀이 △글자숫자학습 등 6개 ‘섹션’을 돌아다닌다. 재능과 흥미를 보이는 섹션에 1,2시간 더 머무를 수 있으며 몸상태가 안좋거나 수업이 지루하게 느껴지면 ‘자유놀이’섹션으로 옮겨 장난감놀이 등을 즐긴다. 단 하루 일정의 절반 이상을 이 섹션에서 보내는 것은 금지된다.
입학하려는 아이는 4시간 동안 원장 재클린 막스에 의해 ‘관찰 당해야’ 한다. 창조적이 아니어도 지능이 떨어져도 괜찮지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사절. ‘다른 아이의 행복을 방해하기 때문’이 이유다.
다양한 크기의 종이 동그라미를 나눠주고 강아지의 눈, 풍선, 사람의 얼굴 등으로 자유롭게 만들어 보도록 하는 미술시간처럼 일정한 ‘틀’은 지키면서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한다.
★질문을 질문하다★
뉴욕 주정부의 100% 재정지원으로 운영되는 유치원 블루밍 데일은 연 수입 1만5000달러(1800만원)가 안되는 저소득층 자녀가 주대상. 최근 맨해튼의 물가가 치솟아 브룩클린이나 브롱스 등지로 저소득층이 이주함에 따라 이용자는 줄어드는 추세다.
이곳 수업의 특징은 ‘답’을 요구하기 보단 ‘질문 자체’를 ‘질문’하는 것.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는 게 원장 린다 페로타의 설명이다.
다음은 3세아 반에서 ‘애벌레와 나비에 관해 묻고 싶은 것’ 질문에 대한 아이들의 ‘질문(답)’. △애벌레는 왜 나비가 되는지? (앨리스) △애벌레에서 나온 나비가 왜 애벌레보다 더 큰지? (크리스티안) △뱀도 나비를 먹는지? (라래인) △애벌레에서 나비가 나오는 건 맞나? (셜리)
다음 질문은 반드시 ‘∼하고 싶다’ ‘∼원하다’ 식으로 ‘의지’가 들어간 대답을 요구한다. “애벌레에서 나온 나비는 또 무엇을 하고 싶을까”에 대한 대답. △커지고 싶다(데이빗) △날아가고 싶다(브리아나) △애벌레로 돌아가고 싶다(벤자민) △음식을 먹고 싶다(키니) △사람들이 자신을 보도록 하기 위해 정원에 머무르고 싶다(로버트).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점검하며 자폐증세를 보이는 아이들(20% 가량)은 주2회 ‘1대1 방’으로 옮겨 전문교사와 상담한다.
4세아 반의 경우 개인 파일을 스스로 만들어 나눠본다. 남의 개성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게 되면서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다는 것. 남의 독특한 언어적 표현능력까지 습득한다. 다음은 아이리사린(여)의 개인파일 중 일부. △좋아하는 음식〓포도 땅콩 딸기 피자 버터 △싫어하는 음식〓쌀밥 오이 △좋아하지만 콜레스테롤이 많아 몸에 안좋은 음식〓케이크 아이스크림 △즐기는 놀이〓의사놀이(특히 X레이사진 보기).
★가난을 넘어★
블루밍 데일의 아이들은 사회에 대해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난해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는 것. 교사들은 아이의 자존심을 자극하지 않고 잘못을 질책하는 방법에 골몰한다. 공동원장 마릴린 반웰은 육체와 인격을 분리해 꾸짖도록 한다. “너는 왜 네 몸이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지 않고 마구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네 손이 그 아이를 때리고 말았잖아.” 인격에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고 잘못된 행동을 ‘격리’해 부각시킨다는 설명.
‘가정이 바뀌어야 아이가 바뀐다’는 생각에 따라 부모 대상 직업교육 등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 유치원이 운영하는 △외국계 이주민을 위한 영어교육 △육아, 가족계획, 식단(영양), 응급치료, 건강, 복지, 여성문제(성추행 등) 등 생활교육 △컴퓨터 등 직업교육에 50여명의 학부모가 무료로 참여하고 있다.
〈뉴욕〓이승재기자〉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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